복고를 새롭게 해석하는 ‘뉴트로’는 요즘 유통업계에서 흥행 공식이다.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은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를 시작으로 하이트진로의 마스코트 두꺼비 등 국내 기업의 캐릭터와 로고, 글씨체 등을 활용한 협업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인스타(인스타그램) 감성’을 찾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눈길을 끌기 위해 대중적 인기를 누린 기업과 브랜드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재해석해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앞서 지난해 11월 이색 콜라보 제품 ‘유동골뱅이맥주’를 출시했다. 이 제품이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수제맥주 매출 1위에 올랐다. 세븐일레븐은 콜라보 상품군을 늘려 갈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이달 창립 24주년을 맞아 ‘삼양라면 1964 레트로 패키지’를 한정 수량으로 단독 판매한다. 1964년 삼양라면이 국내 최초의 라면으로 출시됐던 당시 로고와 글씨체를 그대로 담았다. 서울우유와 협업해 ‘레트로 유리병’과 우유를 함께 판매하는 패키지도 출시했다.
이마트24는 장수막걸리와 손잡았다. 그러나 콜라보 제품으로 내놓은 것은 주류가 아니라 문구류다. 막걸리 병 모양에 장수막걸리 디자인을 담은 ‘장수막걸리 플래너’, 주막 메뉴판 모양에 음식 그림이 그려진 메모지 등을 판매한다.
뉴트로 감성을 담은 콜라보의 시초는 대한제분이 패션 브랜드 4XR과 출시한 ‘곰표 패딩’이다. 유통업계에선 CU가 2019년에 곰표 팝콘을 내놓으며 포문을 열었다. 대세가 된 건 지난해 5월 출시한 ‘곰표 밀맥주’가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흥행하면서다.
옛것과의 콜라보가 ‘힙하다’는 인식이 전방위로 퍼진 배경에는 SNS가 있다. 주로 색과 캐릭터, 로고 등 디자인 측면에서 협업하는 콜라보 제품은 사진과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기 딱 좋다는 평가다. 이마트24 관계자는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유튜브 등으로 수많은 콘텐츠를 접해 시각적인 즐거움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콜라보 제품의 디자인이 강렬하지 않거나, SNS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뉴트로 열풍이 이렇게 퍼지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 전문가는 “MZ세대는 비슷한 가격대 제품은 맛도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다 보니 눈에 먼저 띄고 SNS에 자랑할 만한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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