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장다혜 작가(41·사진)는 10일 자신의 첫 소설 《탄금-금을 삼키다》(북레시피·이하 탄금)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에 이같이 말했다. 현재 이 소설은 전자책 플랫폼업체 리디북스에서 3주째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장 작가는 이날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차마 생각지 못한 점을 짚어주는 분까지 있어서 소설을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보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장 작가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호텔리어로 일한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일하는 틈틈이 경력과 무관한 여러 글쓰기를 이어왔다. 20대 초반엔 이소은의 ‘사랑한다’, 박혜경의 ‘어 러버스 콘체르토’, 이수영의 ‘눈물이 나요’ 등에 노랫말을 붙이며 작사가로 활동했다. 30대엔 에세이를 썼고, 40대에 이르러 5년 동안 두서없이 메모해 둔 여러 단서를 엮어 탄금을 완성했다.
이야기는 조선 후기 고가 미술품을 거래하는 민상단을 꾸려 거상이 된 심열국의 외동아들 홍랑(8)이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심열국이 씨받이를 통해 낳은 딸 재이(9)는 가문의 흉사로 하루아침에 양자가 된 무진(11)과 남매로 자란다. 10년 후 홍랑이 살아 돌아오자 재이는 남동생인 그를 몰래 연모하고, 자기 자리를 빼앗긴 무진은 그의 정체를 캐려 한다. 풍파에 휩쓸린 인간의 몰락과 복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대의 금기와 각 인물들의 추한 민낯이 드러난다.
“꽉 맞물려 돌아가는 돈과 권력의 톱니바퀴에 휘둘리는 군상을 조명하고 싶었어요. 남녀간 인연마저도 돈 앞에서 필요에 의해 맺어지고 돈 때문에 끊어지기도 하죠. 2021년 현재도 사람답게 사는 건 힘들고, 돈의 노예들은 도처에 있어요. 돈의 진창에서 선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우리와 소설 속 인물들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작품 배경을 현재가 아니라 조선 후기로 한 이유가 있을까.
“과학기술이 없던 시대의 미스터리엔 허점이 많기 때문이었죠. 모호한 증거를 가진 인물들이 갈등을 더욱 모호하게 꼬아가는 과정에서 풍성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조선 후기는 여러 문물이 들어오면서 상권도 커지고 신분이 흐지부지되는 혼란기였어요. 돈으로 못하는 것이 없고 돈을 위해 뭐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의 어수선함이 미스터리와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주인공 대신 조연들을 끌어내 외전을 써달라는 독자들까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소설 속 인물들은 경중에 관계없이 각자 삶과 사연을 갖고 있다.
“단순히 사건의 연결을 위해 등장하고 버려지는 일회용 인물이 없도록 썼어요. 입체적인 인물들끼리 유기적으로 얽히고 갈등을 빚고, 각자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때만이 미스터리 장르로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죠. 제 소설이 가진 힘은 모든 인물이 밀도 있게 구축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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