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인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하한다"면서도 이날 주제인 '여성의 리더십: 코로나 세상에서 평등한 미래 실현' 분야에서 한국은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국 여성의 경제 활동과 관련한 법적 지위와 권리가 13년째 남성의 85% 수준으로 정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는 10여년 전 보다 24계단 하락했고, 주요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는 뒤에서 4번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가 국가 전체 생산성 증대에도 영향을 미치는 점에 미루어 한국의 문제로 거론되는 성별 업종 분리, 임금격차 등을 근본적인 해결 과제로 진단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이 여성 고용에 집중된 점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WBI(Women, Business and the Law Index) 지수는 85점으로 전세계 190개국 중 2년 연속 59위 기록했다. 이 지수는 남성을 100으로 기준으로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낸다. 한국 여성의 사회경제적 수준은 85% 정도로 평가된 셈이다. 평가 영역은 이동 자유, 직장 내 권리, 임금, 결혼, 육아, 사업, 자산, 연금 등 총 8개다. 한국은 2000년에 66점 정도였으나, 조금씩 상승해 2009년부터 85점을 기록 중이다.
점수는 올랐지만 순위별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 보다 뒤쳐졌던 유럽국가 뿐 아니라 우루과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이 한국을 앞지르는 동안 한국은 수년간 점수가 정체돼 오히려 순위가 하락한 것이다. 한국의 최고 성적은 2009년 35위였다. 이후 40위권을 맴돌다 2015년에 51위로 하락, 5년 전인 2017년 57위, 2020년과 2021년에는 59위로 더 떨어졌다. 최고 성적을 거뒀던 2009년과 비교해 24계단 추락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OECD 가입 34개국 중 30등을 했다. 한국 뒤에는 일본(81.9), 이스라엘(80.6), 칠레(80)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성별 직종 분리, 임금 격차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내용을 평가하는 '임금' 영역에서 한국은 25점에 그치고 있다. 세부적으로 남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법제화되어 있는지, 남성과 동일한 산업직에 종사하거나 남성만큼 위험한 직군에 종사할 수 있는지 등 직업 선택의 자유를 묻는 항목에서 모두 '아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육아 영역에서 정부가 육아휴직을 100%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5월 '성별화된 노동시장과 여성중심직종 노동자의 이해대변' 보고서를 통해 "성별 직종분리는 육체노동에 남성이 과다분포하고 서비스노동에 여성이 과다 분포하는 '수평적 분리'와 사회경제적 상위 위치에 여성이 과소 분포하는 '수직적 분리'가 있다"며 "성별 임금격차는 남성이 여성보다 임금을 많이 받는 임금 차별과, 여성이 임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영역에 진출하기 어려운 고용 차별의 두 가지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임금 서비스 직종에 여성이 몰리게 되며, 이는 성별화된 노동시장의 양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여성 고용은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악화된 실정이다. 마리 팡에스투 세계은행 개발정책협력담당 이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코로나19가 비례적이지 않게 여성의 사회경제적 능력을 위태롭게 했다"며 "펜데믹에 민감했던 보건, 공공분야에 여성 대다수가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한국에서도 여성의 고용 감소가 남성에 비해 두드러졌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에서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본부장은 "외환위기 때는 제조업이나 건설업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았지만, 코로나19에서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교육서비스업 등 서비스업이 크게 영향을 받았다"며 해당 업종에서 종사하던 여성이 타격이 극심했다고 분석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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