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기대 꺾는 한은…"물가 오름세 지속되지 않아"

입력 2021-03-11 14:33   수정 2021-03-11 14:59

한국은행이 최근 번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경기가 불투명한 데다 고용이 부진하면서 지속적으로 물가가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근 급등하는 시장금리를 안정화하기 위해 올 상반기에 7조원어치가 넘는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한은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한은법 제96조 1항에 따라 통화신용정책 결정 내용과 배경, 향후 통화정책방향 등을 담아 작성한 뒤 연간 네 차례 국회에 제출한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고용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자동화·무인화·고령화를 비롯한 경제구조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지속적 인플레이션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외에서 소비자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확산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과도하다는 뜻이다.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월 1.5%에 달했지만,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지난해 5월 -0.3%로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회복과 농산물·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올해 2월 1.1%까지 상승했다. 소비자물가가 뛰자 향후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5~6월 1.6%에서 올해 2월 2%로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를 회복한 것은 2019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실제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면 근로자·기업이 임금·제품값을 올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 한은이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도 이 같은 기대 심리를 꺾기 위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또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7월 30일 연 1.281%로 떨어지기도 했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0일에 연 2.036%까지 올랐다. 2019년 1월 30일(연 2.051%) 후 가장 높았다. 한은은 "국내 장기금리 상승은 글로벌 경기회복 전망과 인플레이션 기대로 주요국 금리가 오른 영향"이라며 "장기금리는 주요국의 재정·통화정책 등의 영향을 받을 것인 만큼 이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시장금리 안정화를 위해 올 상반기 5조~7조원어치의 국채를 사들인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이 계획의 목적으로 국채 2조원어치를 지난 9일 긴급 매입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올 상반기 국채 매입 규모가 7조원을 웃돌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 조치를 오는 31일 종료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농업금융채권, 수산금융채권 등 은행채와 9개 공공채는 대출 적격담보증권에서 빠진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조치인 만큼 유동성 여건이 개선되면서 예정대로 종료하게 됐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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