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세대의 새로운 국악…"전통지키며 새 길찾는 젊은 꼰대들"

입력 2021-03-11 13:09   수정 2021-03-11 19:58

"전통예술은 수단이 아닙니다. 본질은 지켜야죠. 소리를 깊이 분석해 새로운 작품을 내놔야합니다."

국악밴드 상자루 멤버(사진)들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국악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통예술을 전공한 음악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신들도 어울리지 않는 장르는 쉽게 넘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대중에게서 관심을 끌려고 크로스오버를 하는 걸 지양합니다. 다른 장르와 엮을 때도 공부를 먼저 하고 손을 뻗어요. 저희만의 철칙이 엄격해요. '젊은 꼰대들'인 셈이죠."

상자루는 2014년 1995년생 동갑내기 조성윤(작곡, 기타), 남성훈(아쟁), 권효창(타악)이 결성한 국악 앙상블이다. 국악고 동기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동창이다. 대학에서 공부를 위해 뭉쳤다가 음악활동까지 이어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도 인연은 이어졌다. 그렇게 올해 밴드 7년차를 맞이했다.

국악계가 주목하는 밴드 중 하나다. 전통예술을 다양한 장르와 엮어 곡을 썼다. 경북 구미 무을농악 꽹과리 장단에 스윙 선율을 얹은 '경북 스윙'이나 동해안별신굿 주요 장단인 '푸너리'에 거문고와 아쟁을 엮은 '푸너리' 등을 선보였다.

대중의 관심을 끌려고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건 아니라고 세 멤버가 입을 모았다. 경북 스윙를 써낼 때도 스윙의 음계와 박자부터 분석했다고 했다. "전통 예술을 온전히 보존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음계에 맞는 악기가 있을 뿐이죠. 서양 음악의 대체품으로 소모하지 않으려는 의도입니다."(조성윤)

낯선 장르를 엮다보니 욕심을 버렸다. 국악기 본질에 집중하려 기악 연주자들로만 밴드를 유지했다. 통상 밴드의 얼굴인 '보컬'이 빠진 것이다. "청중들에게 가요 반주는 이미 익숙합니다. 저희 음악은 생소하죠. 당장 보컬을 내세우기보다는 코드를 쓰고 기본을 다질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거죠."(권효창)

국악인들이 상자루의 행보를 마냥 곱게 보진 않았다. 다른 장르와 협업하는 걸 전통을 훼손하는 짓으로 보는 국악인이 다수다. 멤버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들이 '성골'이 아니라 '진골'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악계에선 선·후배, 스승과 제자 관계 등 지켜야할 규율이 엄격한 편입니다. 외도를 하기 쉽지 않죠. 지원도 많이 받으니 규율을 따르는 분들이 대다수죠. 저희는 딱히 지원을 받지 않아서 자유롭게 창작에 나섰습니다."(조성윤)

상자루가 외곬수처럼 고수한 전통예술을 감상할 온라인 공연이 열린다. 11일 오후 7시 30분부터 상영되는 '사랑방중계'를 통해서다. 이달 4일 소리꾼 이희문에 이어 국립국악원의 온라인 공연 시리즈 두 번째 주자로 나선다. 공연에서 상자루는 '상자루 타령2', '경북 스윙' 등 지금까지 쓴 창작곡들을 들려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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