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올들어 해외주식 10조 샀다

입력 2021-03-11 16:19   수정 2021-03-12 02:53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가 계속 늘고 있다. 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선진국 주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선진국 증시는 국내 증시에 비해 변동성이 비교적 작고, 장기적 성장 여력 측면에서도 잠재력이 커 이번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 늘어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9일까지 국내 투자자(개인과 기관 합산)의 해외 증시 순매수 규모는 93억1078만달러에 달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10조624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해외 증시 순매수 규모(22조5183억원)의 절반 정도다.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를 추월했다. 같은 기간 개인과 기관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98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해외 증시 순매수 규모보다 작다. 해외 순매수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9조3581억원으로 전체의 88.1%를 차지했고 중국(5666억원)과 홍콩(5386억원)은 각각 5.3%, 5.1%였다.

종목별로는 여전히 미국 기술주가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테슬라 순매수 규모가 1조632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애플(7969억원),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447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에 상장된 대만 TSMC의 주식예탁증서(ADR·3813억원), 유니티소프트웨어(3311억원), ARK 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3295억원)도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조정기에 선진국으로 피신”
증권가 전문가들은 올 들어 글로벌 증시의 조정 흐름이 두드러지면서 위험(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선진국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S&P500지수는 올해 고점(2월 12일)부터 10일(현지시간)까지 0.93%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코스피지수는 고점부터 최근까지 6.09% 떨어졌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상승 등으로 주식 시장이 압박받을 때 매수세는 변동성이 낮은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가치주가 득세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국 성장주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투자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주식 투자가 다소 투기적으로 변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기간 해외 종목 순매수 10위권 종목 가운데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가 처칠캐피털IV, 아크라이트 클린 트랜지션 등 두 개나 됐다. 반도체 관련 세 배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도 10위권에 포함됐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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