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판에 소리꾼의 노래가 울려퍼진다. 그런데 징과 장구 등 친숙한 소리에 바이올린 등 서양 악기의 선율이 섞여 있다. 여기에 기타와 베이스, 드럼이 끼어든다. 급기야 굿판 막바지에는 비보이들이 대거 등장해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인디밴드가 등장해 가야금 산조(가야금으로 산조 양식을 기악 독주곡으로 구현한 음악)를 일렉트릭 기타로 표현한다. 그야말로 '저세상 퍼포먼스'다.
마포문화재단은 오는 30일 이런 내용의 '밤섬 부군당 도당굿 오마주' 공연을 무료로 공개한다. 공연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하나하나 뜯어 보면 밤섬은 서울 마포대교 인근 무인도다. 부군당(府君堂)은 민간신앙의 대상물인 신을 모셔 놓은 신당을, 도당(都堂)굿은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하는 굿을 뜻한다. 1968년 밤섬이 도시개발사업으로 폭파되기 전만 해도 이곳에 사람이 살았는데, 이들은 강제 이주된 뒤에도 도당굿의 전통을 이어 매년 굿판을 벌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이 공연은 밤섬에서 하던 굿을 오마주(타 작품의 핵심 요소나 표현 방식을 흉내내거나 인용해 존경을 표하는 것)한 공연이다.
공연 내용과 출연자 면면은 더욱 특이하다. 공연은 총 2부로 구성된다. 중요 무형문화재를 전수받은 이들을 비롯해 국악, 클래식, 락밴드, 비보이 등 온갖 분야의 예술가 22명이 출연한다.
1부 첫머리에는 국악인들과 바이올린 등 클래식 스트링 세션, 대중음악 연주자들이 함께 밤섬굿의 무가(굿에서 무당이 부르는 노래)를 부르고 연주한다. 무가는 히트곡 '어떤가요'로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가수 이정봉이 작곡 및 편곡했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먼저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배뱅이굿 이수자 김유리(소리꾼), 국가무형문화재 제20호 대금정악 전수자 곽동호(대금, 태평소),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4호 삼현육각 전수자 박선영(해금), 서울국악관현악단 타악수석 최진석(장고, 징, 나각) 등의 국악 연주자들이 등장한다. EXO와 슈퍼주니어, 김범수 등의 기타 세션으로 활약했던 이은석을 비롯해 실력을 인정받은 밴드 세션이 참여한다.
하이라이트는 비보이크루 라스트포원의 브레이크댄스다. 라스트포원은 2005년 '비보이 올림픽'이라는 별칭의 독일 배틀오브더이어에서 우승한 전설적인 비보이 크루다. 2007년 영국 에딘버러 캐슬락 배틀, 2011년 프랑스 운베스티 배틀 등 유수의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자랑한다. 마지막에는 지난해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오프닝 무대에 섰던 밴드데일이 전통 국악을 일렉기타로 표현해 낸다.
2부에서는 무가에 펑크와 힙합 등을 가미해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은 추다혜차지스가 출연한다. 추다혜차지스는 지난해 발표한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등 정규앨범 곡들과 함께 도당굿을 오마주한 공연을 펼친다.
공연은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30일 7시 30분에 공개되며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공연시간은 총 40분이고, 자세한 내용은 마포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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