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천연가스, 산업용 원자재, 귀금속, 곡물, 돼지고기 등 19개 상품 선물 가격을 종합해 산출하는 CRB지수는 지난 10일 191.76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서만 14.3%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생산자물가지수(PPI)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미국, 중국에서 CPI 상승률과 PPI 상승률 격차가 마이너스 영역에 들어섰다”며 “주식시장에선 이 격차가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할 때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갖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을지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한국투자증권은 원가 부담이 커진 종목 중 이를 판가로 전이할 수 있는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을 구분했다.
먼저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가 완성차업계의 원가 부담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차 한대에 100~300개의 차량용 반도체가 쓰인다. 하지만 완성차는 원가보다 판가가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는 산업군으로 분류됐다. 경기 회복으로 완성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1조9000억달러 경기 부양책이 통과되면서 미국 소비 활성화는 물론 한국 자동차 수출 개선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이미 코로나19 기간에도 수익성을 끌어올린 상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산업은 구조적으로 제품 믹스 및 성능 개선으로 판매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산업”이라며 “원가 부담보다 판가가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LCD 패널을 받아 TV를 만드는 제조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가격에 반영시켰다.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 가능했다. 문제는 ‘집콕’ 및 ‘재택 근무’로 인한 TV 및 PC 수요가 언제까지 증가할 것이냐다.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PC 수요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수요가 몰릴 것인가에는 회의적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TV와 PC 수요는 올 2분기를 정점으로 증가세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본격적인 야외 활동이 재개되면 TV와 PC 수요는 더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TV와 PC 가격 인상이 하반기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폰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및 수동 부품 가격 상승에도 스마트폰업계가 평균판매가격(ASP)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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