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안전, 일상에 담다

입력 2021-03-11 18:03   수정 2021-03-12 00:03

가끔 이른 아침에 집 근처 테니스장을 찾곤 한다. 날아오는 공을 향해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라켓으로 힘차게 치면 ‘팡~’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스트레스도 날아가는 것 같다. 테니스를 할 때 팔 동작과 스텝, 적당한 팔 힘 등에 대한 이론을 배우는 것만으로 공을 잘 칠 수 있을까? 아마도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몸이 동작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날아오는 공을 제대로 치기 힘들 것이다.

우리와 이웃의 안전을 위해서도 연습을 통해 몸이 동작을 기억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경우가 많다. 특히 화재 발생 시 소화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나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을 발견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 경우처럼 위급한 상황일 때 더욱 그렇다.

작년 가을, 예금보험공사에서 한 직원이 갑자기 쓰러지며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자칫 조금만 늦어져도 생명을 잃을 수 있고,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치명적인 뇌 손상이 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동료들이 기도확보 및 심폐소생술을 하고, 사무실에 비치된 자동심장충격기로 심폐소생술을 이어가며 119 구조대의 도착을 기다렸다. 다행히 그 직원은 의식을 회복하고, 무사히 일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동료들이 사전에 심폐소생술 실습을 수차례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국가기관으로부터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응급처치로 살린 공로를 인정받아 하트세이버(HeartSaver)로 선정되며 주변의 축하와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심폐소생술과 같은 안전교육을 할 때는 참석자들이 직접 해보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가 시연하는 심폐소생술을 보기만 해서는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안전사고와 업무상 질병 등의 위험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고, 심폐소생술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직접 해보면서 압박하는 강도와 속도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 놀랐다는 직원들도 있었고, 두세 번 반복해 보니 훨씬 몸에 익숙하게 됐다는 소회도 전해들었다.

위험에 처한 동료의 생명을 구하게 된 것을 계기로 회사에서도 임직원의 생각은 많이 바뀐 것 같다. 위급한 상황은 자신이나 가족과 동료, 주변인들에게 발생할 수 있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부터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제 모두에게 안전은 더없이 소중한 가치이며, 안전에 대한 투자는 아무리 과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안전교육이 실제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하려면 몸에 배도록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생활 속에서 늘 안전과 함께하며, 실전 같은 연습을 통해 대비한다면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없이 찾아오는 위기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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