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조사’라고는 해도 정책 전반의 신뢰를 뒤흔들고,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되묻게 한 초대형 스캔들치고는 초라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전수조사가 10일이 채 안 된 기간에 ‘초스피드’로 마무리된 것도 그 실효성을 의심케 한다. 정부는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혐의자들을 수사의뢰하고, 국토부·LH 임직원의 가족과 지방자치단체 및 산하 공기업 임직원·가족 10만여 명에 대해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난맥상을 보면, 그간 광범위하게 자행돼 온 ‘투기반칙’의 발본색원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땅투기 수사 노하우가 풍부한 검찰이 배제된 데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참여한 ‘수사기관 실무협의회’가 어제 열리긴 했다. 하지만 때맞춰 법무부 장관은 “부동산 투기는 2~3년 전부터 문제가 됐는데, 수사권이 있을 땐 뭐 했느냐”고 검찰을 힐난했다.
김경만·양이원영·양향자 의원 가족이 의혹에 휩싸인 여당의 대응 행태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투기 의원들의 호적을 파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당 차원의 해명이나 사과 없이 “조사 중”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야당에 “의원 300명을 조사하자”고 제안하니, 이런 식이면 야당에 연루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물타기’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른바 ‘LH 5법(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부동산거래법 제·개정안)’이 아니라 더 많은 법안을 통과시킨다 해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믿음의 근간을 훼손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LH로남불’ ‘LH돈LH산’ 같은 조롱과 패러디가 난무할 정도로 ‘공공’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판국이다. 투기 연루 정황이 있는 LH 임직원 몇 명을 찾아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세종시 등 전국에 만연한 반칙을 성역 없이 뽑아내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돈되는 땅’을 전수조사해 매입자금을 추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는 호언장담은 또 허언(虛言)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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