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조사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부의 국토교통부·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에 대한 투기 의혹 조사 얘기다. 1만4300여 명에 이르는 직원을 전수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투기 의심자를 20명 확인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20명 가운데는 참여연대 등이 앞서 적발한 13명이 포함돼 있어 정부가 새로 가려낸 인원은 7명에 그쳤다. 청와대의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가족 368명에 대한 조사에선 투기 의심자가 한 명도 안 나왔다. 실효성이 없는 정부 ‘셀프조사’에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전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신도시 투기 의혹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발표 이전부터 ‘맹탕’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던 건 공직자의 가족 등을 통한 차명 거래 조사는 쏙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국토부와 LH 직원 본인만을 상대로 했는데, “토지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본인 이름으로 투기하는 사례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정부는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늦게 내거나 해외 체류 중인 29명을 제외한 1만4319명 직원을 전수 조사했음에도 투기 의심자를 20명 확인하는 데 그쳤다. 20명은 전부 LH 직원이었다. 부장급인 2급은 3명, 차장급인 3급은 9명, 과장·대리에 해당하는 4급은 6명, 그 이하 하위 직급은 2명이었다. 직원 20명 중 11명이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사장으로 재임하던 때 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직원은 투기 의심자가 한 명도 없었다.
LH 직원 1명이 8개 필지를 매입한 사례, LH 직원과 지인이 공동 매입한 사례도 확인됐다. 시흥시 과림동의 경우 1개 필지에 직원 4명을 포함한 22명이 공동 매입한 사례가 있었다.
조사단은 투기 의심자가 업무 처리 중 얻은 정보로 부당 이득을 취했는지 등 불법 행위 여부도 밝혀내지 못했다. 단순한 토지 거래 여부만 확인했다는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토지 거래 외에 신도시 개발·인접 지구에 주택을 보유한 직원 144명도 확인했다. 국토부 25명, LH 119명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대부분 고양시 행신동, 하남시 덕풍동,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 기존 시가지 내 아파트 보유자였다”며 “현재로선 불법 투기였는지 단정하기 어려우며 경찰에 수사 참고자료로 넘기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이날 정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대해 “한계가 뚜렷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발표된 20명은 예상보다 매우 적은 수준”이라며 “전체가 20명에 불과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일치하는 명단에서 자체적으로 20명을 투기 의심자로 판단했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민변 등은 또 “LH 및 국토부 직원 명단과 해당 지역의 토지거래내역, 등기부등본 등을 대조하는 합동조사단의 조사 방식은 아주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직원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지인이나 차명을 통한 투기행위 조사까지 이어지지 않은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자체적으로 직원 및 가족들의 투기 의심사례 조사를 한 결과 총 4명이 사업지구에서 보상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명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였다고 결론내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에 고발된 2명의 직원은 2011년 12월 지구 지정된 강동구 고덕강일 지구에 모친 명의로 비닐하우스(지장물)를 설치하는 식으로 보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각각 700만~800만원가량을 받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자체 조사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토지 소유의 변동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방식의 외부기관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강영연/이유정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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