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공직자의 투기와 비리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은 국회의원 300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박병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부동산 소유와 거래에 대해 전수조사하자는 방침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박 의장을 면담하고 21대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부동산 전수조사를 하자고 건의했다. 박 의장은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를 제안한 것은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터져 나오자 비난의 화살을 정치권 전체로 확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는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져 나온 부동산 악재가 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김경만 민주당 의원의 배우자가 경기 시흥 일대의 땅을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해 투기 의혹에 휘말렸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도 어머니가 경기 광명 소재 임야를 지분공유 형태로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의원 가족이 땅을 매입한 지역은 모두 3기 신도시 지정지 인근이다. 논란이 일자 두 의원은 모두 해당 부동산을 즉각 처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LH 투기 의혹 이후 우리 당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했다”며 “선거를 앞두고 위기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부산 선거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내년 대통령 선거도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수조사를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300명 다 한번 해보자”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우리가 (전수조사를) 못할 것은 없지만 좀 뜬금없다”고 반박했다. 주 원내대표는 “자신들부터 전수조사할 것이지, 우리 당을 끌고 들어가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을 전수조사해서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발표 결과에 대해서는 ‘꼬리 자르기’라고 날을 세웠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가장 중요한 차명거래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에게만 한정한 이번 조사는 꼬리만 자르고 몸통을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윤희숙 의원은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며 “지인이나 차명을 통한 거래는 물론이고 배우자 기록도 조사된 바 없는 ‘무늬만 조사’”라고 했다. 윤 의원은 “(투기 의혹에) 여당 인사들 이름만 나오니 초조해진 김 당대표대행이 야당까지 전수조사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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