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합동조사단이 3기 신도시 예정지에 땅 투기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20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겉핥기식’ 자체 조사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 속에 LH 사태는 경찰 수사로 넘겨졌다. 11일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는 LH 직원의 형제·자매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 직원들의 불법 차명투기 실태가 축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실상 ‘검찰은 빠진 채’ 경찰에만 수사를 맡긴 상황에서,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이목이 쏠린다.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수사 전반은 국수본이 총대를 메는 것으로 확정됐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검사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범죄 혐의가 발견될 때만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현 단계에서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고, 국수본을 상대로 영장 지휘만 할 수 있어서다. 검찰은 경제·부패·공직자 범죄여도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급 이상, 3000만원 이상 뇌물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정부는 “핫라인 설치 등 검·경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검찰 안팎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검찰이 사실상 수사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협력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반응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직자 등의 부동산 투기는 대다수 친척이나 지인 등의 차명으로 이뤄진다. 이날 발표된 정부 조사에선 20명의 투기 혐의자만 드러났으나, 잠재적 혐의자는 훨씬 많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명의상 토지 소유주들의 주변을 일일이 추적하고, 매입비용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따져 실소유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혐의자들을 적발해도 비밀 이용 여부를 입증하는 게 난관이다. 혐의자들은 ‘내부정보가 아니라 소문을 듣고 투자한 것’이라는 식의 반론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한 변호사는 “카카오톡 등 메신저와 이메일을 모두 확인해서 비밀 내용이 오간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투기 공무원들과 함께 지분 투자에 참여한 매수자에 대한 처벌도 문제다. 증권거래에서 미공개정보 이용 범죄의 경우 회사 내부자뿐 아니라 공동 매수자도 처벌된다. 계좌 명의만 빌려주는 차명계좌 제공도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사건은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얻었다는 점이 증명될 때만 공동 매수자를 처벌할 수 있어 사실상 처벌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당이득을 모조리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는다. 공무원이 투기 목적으로 7억원을 들여 매입한 땅의 가격이 17억원까지 뛰었다면, 10억원이란 시세차익이 아닌 17억원 전체에 대한 몰수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업무 연관성 등이 입증됐다는 전제가 붙는다. 2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2005년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단속으로 구속된 252명 중 단 8.3%만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토부·LH·지자체·지방공기업 직원의 배우자와 자녀·직계비존속 등에 대한 조사는 특별수사본부에 맡기기로 했다. 약 10만 명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직자의 형제·자매, 배우자 쪽 부모·형제·자매, 기타 친인척 등은 여전히 조사·수사 대상에서 제외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늘 정부 발표가 얼마나 신뢰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차명이나 제3자 거래, 명의신탁 거래 등까지 조사해야 불법 투기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은/이인혁/서민준 기자 je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