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자 경쟁업체인 마켓컬리도 연내 증시 상장 추진 계획을 밝혔다. 쿠팡이 미국 상장으로 실탄을 확보하고, 네이버와 SSG닷컴이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등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생존하기 위해 추가 자금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에 따르면 김슬아 대표는 최근 팀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내 상장 추진 계획을 공유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올해 안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증시로 한정하지는 않았다"면서 "한국과 미국 시장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대표가 인터뷰에서 연내 상장을 위한 계획을 금융인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마켓컬리가 쿠팡처럼 올해 중 미 뉴욕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마켓컬리가 약 8억8000만달러(약 1조원) 가치를 가진 업체라고 소개했다.
2015년 문을 연 마켓컬리는 국내 '새벽배송' 서비스의 선구자다. '샛별배송'으로 불리는 새벽배송과 다른 곳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독점 '프리미엄' 상품으로 젊은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탄 마켓컬리는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며 신선식품 분야에서 국내 주요 유통업체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2015년 29억원 수준이었던 연매출은 2019년에 4289억원으로 급증했다. 적자도 매년 늘어나 2019년 순손실 975억원을 기록했다. 회원 수는 이달 현재 7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달 문을 연 김포 물류센터를 포함 총 4개의 물류 센터를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WSJ 인터뷰에서 "마켓컬리가 선별해 제공하는 제품들을 모두 직접 맛보고 있다"면서 "신선 먹거리로 시작한 사업을 다른 제품 영역으로 확장하기보다는 계속 식품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WSJ는 마켓컬리 내부 자료를 인용해 마켓컬리 이용자의 재이용률이 60%로 업계 평균치(29%)보다 훨씬 높다고 전했다. 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한국의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올해 1160억달러로 작년보다 1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온라인 시장의 강점으로 자체 물류 시스템을 통한 안정적인 배송 등을 꼽았다.
마켓컬리가 연내 상장을 고려하게 된데는 쿠팡의 상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 상장으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증명되면서 시기상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한 컬리의 재정 상황이 기업공개(IPO)가 가능할 정도로 개선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적자는 1000억원대로 매출 대비 10% 가량으로 감소했다. 다만 국내 증시보다 뉴욕 증시가 재정적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 쉬워 미국행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NYSE 상장요건은 수익성, 매출, 현금흐름 등으로 이 중 한 가지를 충족하면 된다.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 13%에 불과한 쿠팡은 올해 미국 기업공개(IPO) 중 최고 실적을 기록, 국내 e커머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유로모니터는 올해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11% 증가한 1160억 달러로 예상했다. 유로모니터는 한국 e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미국, 영국, 중국, 일본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 쇼핑 비중은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지난 5일 통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1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월대비 26.1% 증가한 15조9946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거래액 42조510억원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였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쇼핑 비중이 5년 내에 최대 50%에서 6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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