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오전 9시29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NYSE).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강한승·박대준 공동 대표이사,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임원들과 중앙 무대에 올랐다. 막 상장하는 기업의 대표자가 당일 증시 개장을 알리는 ‘오프닝 벨’을 누르기 위해서다. 존 터틀 NYSE 부회장이 안내를 맡았다.
김 의장 등 쿠팡 관계자들은 모두 태극기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김 의장이 벨을 힘차게 누르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들 뒤에 자리한 대형 스크린에는 쿠팡 배송 직원과 오픈마켓 셀러, 고객 등의 모습이 보였다. 1만 번째 쿠팡 친구(배송 직원) 김단아 씨, 쿠팡에 입점한 베츠레시피(반려동물 영양제 브랜드)의 이라미 대표 등이 상장 행사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거래소 건물 정면엔 쿠팡의 기업공개(IPO)를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과 태극기가 걸렸다.
종목코드 ‘CPNG’로 뉴욕증시에 입성한 쿠팡은 공모가(주당 35달러) 대비 81.43% 급등한 63.50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 상장한 모바일 게임업체 로블록스가 54.4% 폭등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상장 축포를 이어간 것이다. 쿠팡은 결국 40.71% 오른 49.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로블록스와 쿠팡에 자금이 몰리면서 올해 IPO 파티가 시작됐음을 알렸다”고 했다.
쿠팡의 기업공개 대상 주식은 총 1억3000만 주다.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886억5000만달러로 기록됐다. 쿠팡은 이번 IPO를 통해 45억5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쿠팡 IPO는 2019년 5월 우버 이후 최대 규모라는 게 NYSE 측 설명이다. 2014년 9월 알리바바 이후 미국에 상장한 최대 외국계 기업이란 기록도 썼다.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김 의장 등은 월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 차례 투자설명회(로드쇼)를 열어왔다.
쿠팡의 뉴욕증시 데뷔로, 주요 주주들은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곳은 최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다. 2015년과 2018년에 총 30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33.1%(상장 후 기준)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10배 이상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셈이다.
다른 주요 주주로는 벤처투자사 그린옥스 캐피탈(16.6%), 그린옥스 창업자 닐 메타(16.6%), 김 의장(10.2%), 헤지펀드 매버릭 홀딩스(6.4%), 투자사 로즈파크 어드바이저스(5.1%) 등이 있다.
김 의장 역시 갑부 반열에 오르게 됐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차등 의결권 주식(클래스B)만 갖고 있으나 거래 주식(클래스A)으로 전환할 수 있어서다. 이를 감안한 김 의장의 지분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90억달러에 육박한다.
다른 임직원도 상당한 차익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직원에 부여된 스톡옵션(주식매수 청구권)이 작년 말 기준 6570만여 주에 달해서다. 스톡옵션의 평균 행사가격은 주당 1.95달러다. 단순 계산으로도 20~30배 차익을 챙길 수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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