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공직자와 LH 임직원 친인척을 포함해 차명거래 여부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참석해서는 “투기행위를 반드시 잡아달라”고 했다. 편법투자는 배우자 직계존비속을 활용한 거래가 많다는 게 상식인데 대통령이 새삼 ‘차명거래 조사’를 강조하는 모양새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사태 초기부터 문 대통령이 매일이다시피 ‘발본색원’을 주문했지만 LH 내부에선 “신경도 안 쓴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에도 현장에 먹히지 않는 보여주기식 지시로 끝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부동산 적폐청산’에 대한 대통령 언급도 과거 정권을 끌고들어가 책임을 희석하는 구실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와중에 여당 의원 투기의혹이 전방위로 쏟아진다. 한 최고위원은 개발지구 옆 그린벨트 땅을 샀고, 전 대표는 세종시 땅 투자로 4배 차익을 올렸다. 전형적인 쪼개기 수법이나 내부정보 없이는 어렵다는 맹지 투자까지 확인된다. 투기로 의심받는 여당 의원이 못 잡아도 예닐곱이다. 3년 전 민주당 의원이 신도시 예정지역 지도를 공개해 시끄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집안 조사부터 철저히 하는 게 필수다.
770명으로 대규모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정부가 정한 ‘선(先)조사 후(後)수사’ 원칙에 묶여 본격수사에 착수도 못 했다. 신속히 국토부, LH 등 유관기관을 압수수색하고, 개발정보 열람자를 확인하고, 돈 흐름을 쫓을 수 있도록 검찰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등 가능한 방안을 총동원해야 한다. LH 간부가 극단 선택을 하는 등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겉핥기 조사로 내달 보궐선거 때까지만 버텨볼 요량이라면 큰 오산이다. 국회는 즉각 자체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신도시 추진 일정 등도 국민 눈높이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진정 특검 도입을 원한다면 즉시 입법하고, 특별검사 임명권을 야당에 넘겨주는 등의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