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 부풀면 파열 위험 커져…가슴 찢는 통증 땐 즉시 병원에 [이지현의 생생헬스]

입력 2021-03-12 17:25   수정 2021-03-19 18:54

대동맥은 인체에서 가장 굵은 혈관이다. 심장부터 온몸의 장기로 혈액을 보내는 ‘고속도로’로 불린다. 대동맥의 직경은 3㎝ 내외다. 혈류에 문제가 생기거나 혈관벽이 약해져 직경이 넓어지면 동맥이 파열될 위험이 높아지지만 대개 합병증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수년간 방치한 채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한번 늘어난 대동맥은 약물치료를 통해서는 되돌릴 수 없다. 늘어나 얇아진 대동맥이 터지거나 찢어지면 숨질 위험이 높아진다. 대동맥이 튼튼한지 확인하고 이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대동맥 확장증과 파열 등의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대동맥 직경 5.5㎝ 넘으면 수술 고려
일반적인 성인의 대동맥 직경은 3㎝ 내외다. 심장에서 시작해 머리를 지나는 대동맥은 상행 대동맥으로 부른다. 가슴 부분의 하행 흉부대동맥, 배 부분의 복부 대동맥을 거쳐 두 다리의 동맥으로 혈류가 이어진다.

나이가 많거나 고혈압 등을 앓고 있어 대동맥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거나 유전질환 때문에 대동맥벽이 선천적으로 약한 사람은 특정한 부분의 대동맥이 늘어나기 쉽다. 이를 대동맥류 또는 대동맥 확장증이라고 한다.

심장에서 대동맥이 시작되는 2~3㎝ 정도 되는 부분을 ‘대동맥 근부’라고 한다. 이 부분이 넓어지는 대동맥 근부 확장증은 다른 부분이 넓어지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심장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시작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동맥 파열이나 대동맥 박리가 생기면 급사할 위험이 높다. 인접한 대동맥 판막 주위 조직도 함께 늘어나 판막 역류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심장 기능 부전이 생기기도 쉽다.

조상호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80%는 급사하고 살아남은 20% 환자의 절반 이상은 병원 도착 전 사망한다”며 “대동맥 근부를 포함한 상행 대동맥은 증상이 없어도 직경이 5.5㎝ 이상으로 늘면 합병증 예방을 위한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유전질환인 마르팡증후군 등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대동맥 근부 확장증이 생기는 일이 많다. 조직의 일부가 약해진 상태에서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이 팽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동맥 확장증도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가 쉽다. 합병증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가족 중 대동맥 합병증 환자가 있거나 대동맥 판막 역류증이 악화할 때, 확장 속도가 최근 1년간 두드러지게 빠르다면 4.5㎝ 초과~5㎝ 미만일 때도 예방을 위해 수술하기도 한다.
벤탈 수술 후 평생 항응고제 복용
늘어난 대동맥은 약물치료로 되돌릴 수 없다. 영상 검사를 토대로 확장된 부위의 최대 직경을 측정해 심하면 스텐트 삽입술이나 수술을 결정한다.

대동맥 근부 확장증 진단을 받으면 이전에는 대동맥 판막과 근부를 함께 교체하는 벤탈 수술을 했다. 기계 판막과 인조혈관으로 만든 복합 도관을 이용해 판막과 대동맥을 교체하는 수술이다.

최근에는 대동맥 판막 기능은 보존하면서 확장된 대동맥 근부를 재건하는 수술을 한다. 벤탈 수술과 비교해 사망률과 장기 생존율 등에 큰 차이가 없다.

벤탈 수술을 받은 뒤에는 평생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 젊은 환자는 환자의 판막을 보존할 수 있는 판막 보존형 근부치환술을 시행하는 게 항응고제 부작용 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선천성 요인 없이 갑자기 생기는 특발성 대동맥 근부 확장증은 고령 환자가 많아 기계판막 대신 조직 판막을 이용해 변형된 벤탈 수술을 한다. 수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환자의 혈관 구조 등에 맞는 수술을 선택해야 한다.
대동맥 박리 수술 안 하면 한 달 내 90% 사망
대동맥 확장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호소하기 쉬운 합병증 중 하나가 대동맥 박리다. 대동맥은 가장 안쪽의 내막, 근육 등으로 이뤄진 중막, 바깥쪽의 외막으로 구성된다. 급성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의 내막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작게 찢어진 대동맥 내막으로 압력이 쏠려 가짜 통로가 생기면 이 부분이 부풀어 원래 통로를 압박한다. 강한 압력 때문에 혈관이 부풀어오르고 파열되기도 한다. 급성 대동맥 박리가 생긴 환자의 30~40% 정도가 발생 직후 현장에서 사망한다.

상행 대동맥에 박리가 생기면 병원에 도착해도 응급 수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틀 이내에 50%가 사망한다. 생존하더라도 90% 이상이 한 달 안에 사망하는 위험한 질환이다.

대동맥 박리가 생기는 여러 요인 중 하나는 고혈압이다. 환자의 70~90% 정도가 고혈압을 함께 호소한다. 고혈압과 노화 등으로 혈관이 노화되거나 마르판증후군 등을 앓고 있어 대동맥벽이 약해졌을 때, 흉부 외상 등을 당했을 때도 대동맥 박리가 생기기 쉽다. 50~60대 환자가 많고 여성보다 남성에게 두 배 더 많다.

대동맥 박리가 생기면 극심한 가슴통증이 갑자기 시작된다. 상행 대동맥이 박리되면 가슴 쪽, 하행 대동맥은 어깨뼈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 병원을 찾는 환자는 대부분 평생 경험한 것 중 가장 심한 통증이라고 이야기한다.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 칼로 찌르거나 도려내는 것 같은 격렬한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환자가 많다. 상행 대동맥이 박리되면 경동맥이 막혀 뇌 혈류에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 이때는 몸 한쪽에 감각이 없어지거나 마비가 오는 등 신경학 이상을 호소하게 된다.
대동맥 파열되면 저혈압 증상 생기기도
대동맥이 파열돼 심장이 눌리거나 대동맥 판막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혈액이 심장 쪽으로 역류하면 심장이 제 기능을 못 하는 급성 심부전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때는 저혈압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행 대동맥이 망가지면 척수 신경으로 가는 혈류를 막아 하반신 마비 증상을 호소한다. 장 쪽 혈관이 막히면 복통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처음에는 통증이 상당히 심하지만 점차 통증이 개선된다. 만약 통증을 호소하는 위치가 바뀐다면 대동맥 박리가 점차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바로 치료받아야 한다.

상행 대동맥 박리 환자는 급사 위험이 크기 때문에 수술하는 게 원칙이다. 하행 대동맥 박리 환자는 주요 장기가 손상됐거나 파열이 임박했을 때 수술이나 스텐트 삽입술 등을 한다.

대동맥 박리 수술은 내막이 더 이상 찢어지지 않도록 막고 망가진 대동맥 부분을 인조혈관으로 바꾸는 것이다. 급성 대동맥 박리 수술은 사망률이 5~20% 정도로 비교적 높다. 수술 전 환자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수술 자체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술 장비와 재료, 의사들의 수술 기술이 좋아지면서 상행 대동맥 박리 수술의 성적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대동맥 박리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뚜렷한 방법은 없다. 혈관 건강을 위해 금연하고 고혈압을 잘 조절해야 한다. 마르판증후군처럼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혈압이 높아지면 대동맥 박리로 진행하기 쉽다. 정기적으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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