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의혹 터진지 열흘 만에 하차…궁지 몰린 與, 특검·개헌까지 던져

입력 2021-03-12 17:29   수정 2021-03-19 18:44


문재인 대통령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 지난 2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열흘 만이다. 더불어민주당도 ‘LH 특별검사’ 도입이란 ‘초강수’를 두는 등 당청이 사태 진화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다음달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신속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혹 열흘 만에 전격 사의 수용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2일 언론브리핑에서 “변 장관이 오늘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며 “대통령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간 변 장관의 거취에 말을 아껴온 청와대가 결심한 배경에는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1차 조사에서 변 장관이 LH 사장 재임 중 발생한 투기 의혹이 전체 20건 중 11건에 달했다. 더 이상은 관리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공직자와 LH 임직원, 가족, 친인척을 포함해 차명거래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라”며 국가수사본부에는 “명운을 걸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LH 관련 메시지를 내놓은 건 이번이 일곱 번째다. 이런 상황에서 변 장관이 직을 유지하는 것은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 내에서 변 장관 교체 불가피론이 꾸준히 제기된 것도 문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태 초기 변 장관은 “사전에 알고 투자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하면서 여론 악화를 자초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변 장관 거취에 대해 “오래 끌지 않을 것”이라고 모종의 신호를 보냈다. 지난 10일 원내지도부 청와대 초청간담회에서 변 장관 거취는 논의되지 않았다지만 당내 중진의원을 중심으로 변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다음달 재·보궐선거에 ‘악재’라는 정무팀의 판단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변 장관 교체는 시간문제였는데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예상보다 빨리 사의를 수용한 것 같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교체 불가피성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논란을 차단한다는 의미는 있지만 임명 두 달 만에 장관을 사실상 경질하며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손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급 중심으로 변화를 꾀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변 장관의 사퇴 시점을 공공주도 주택 공급 대책 관련 입법의 기초 작업을 마무리한 후로 잡았지만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적임자를 찾지 못해 후임자 인선이 늦어지면 또 한 번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당發 LH 특검 ‘급물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LH 특검’ 깜짝 제안을 즉각 수용하고 야당에 제안했다. 김 직무대행은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국민이 더 신뢰할 수 있다면 박 후보가 제안한 특검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직자의 투기 부패를 근절할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특검 요구에 “출범에만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르는 특검으로 황금 같은 시간을 놓치면 안 된다”며 “즉각 검찰수사부터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역시 “초기에 바로 압수수색하고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검찰 수사권을 지금처럼 일을 못하도록 하는 게 올바른 것인지 기본적인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여야 합의로 당장 특검 구성에 들어가더라도 실제 특검이 수사 첫발을 떼기까지는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전망이다. 가장 최근인 ‘드루킹 특검’은 2018년 5월 21일 특검법 통과 후 6월 27일에야 수사에 착수했다. 청와대 및 여권에 치명상을 줄 수도 있는 LH 투기사건의 특검 결과가 다음달 치러질 재·보궐 선거 전에 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투기이익환수법의 소급 적용을 위한 개헌이나 야당이 제안한 국정조사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태 진화를 위해 ‘묻지마식’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LH 사태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여당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사태 수습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현/이인혁/강영연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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