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혐오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1993년생 미국인 동갑내기 브라이슨 디섐보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7189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500만달러) 3라운드에서 완벽하게 부활하면서다.
그는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아 8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64타는 이번 대회 출전 선수를 통틀어 가장 좋은 ‘데일리 베스트’ 기록이다. 사흘 합계 10언더파 206타 공동 3위로 도약한 토머스는 “골프가 다시 재밌어졌다”고 했다.
토머스는 계약 해지 후에도 랄프로렌 패션을 고수하고 있지만 경기력은 예전 같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할아버지 폴 토머스가 세상을 떠났다. PGA 프로 출신인 폴은 그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존재였다. 2020~2021시즌 출전한 6개 대회에서 공동 12위권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던 토머스는 이후 우승 경쟁에 들지 못했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선 시즌 첫 커트 탈락을 경험했다. 토머스는 “골프와 사생활을 분리하고 싶었지만 골프가 곧 내 인생이라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일이 최근 일어났다”고 했다.
2017년 이후에만 11승(통산 13승)을 쌓아 디섐보 이전 ‘투어 1인자’로 군림한 토머스는 우승 경쟁에 합류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그는 디섐보처럼 370야드를 치진 못하지만 언제든 330야드 이상의 드라이버 샷을 장전할 수 있는 선수다. 이날은 최대 327야드를 쳤다. 이글을 기록한 16번홀(파5)에선 204야드의 두 번째 샷을 홀 옆에 붙여 알바트로스에 가까운 이글 샷을 선보이기도 했다.
토머스는 “10~20야드를 더 쳐야 한다면 칠 수 있다”며 “티 샷에선 (디섐보에 비해) 불리함이 있겠지만 내 경기만 펼친다면 디섐보처럼 몸무게를 늘리지 않고도 충분히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토머스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타이거 우즈, 헨릭 스텐손, 로리 매킬로이에 이어 메이저대회·월드골프챔피언십(WGC)·페덱스컵·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모두 제패한 네 번째 선수가 된다.
대회 3라운드까지 벙커 세이브율 7위(85.71%), 어프로치 샷 이득 타수(SG·approach to green) 8위(4.753타)를 앞세워 사흘 합계 11언더파를 기록했다. 13언더파로 선두에 나선 리 웨스트우드(48·잉글랜드)와 2타 차다.
웨스트우드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2주 연속 디섐보와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 대회에서 웨스트우드는 3라운드까지 1타 차로 앞서다 디섐보에게 추격을 허용해 1타 차로 역전패했다. 이번주에는 2타 차로 조금 더 여유가 있다.
한국 선수 중에는 2017년 이 대회 우승자 김시우(26)가 7언더파 공동 11위에 올랐다. 2라운드까지 공동 5위였던 임성재(23)는 5타를 잃고 사흘 합계 1언더파 공동 48위로 떨어졌다. ‘마의 파3’ 17번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타수를 잃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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