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에 살면서 쇼핑하고 영화본다"…신박한 변신

입력 2021-03-14 15:20   수정 2021-03-14 15:35


노후 공공청사를 주거와 상업시설이 들어가는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청사 리모델링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서울의 주택난을 해결하면서 신(新)청사 건설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취지다. 다만, 청사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많지 않고 주변 민원과 정책 결정 지연 등에 따른 위험도 있어 복합청사사업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4일 구로구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오류1동 주민센터 신청사가 지난해 12월 준공돼 입주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오류1동 신청사는 전국에서 최초로 청사에 임대주택이 들어선 복합시설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청사에 임대주택을 결합하는 선도사업으로 선정돼 구는 주민센터 부지를 제공할 뿐 별도의 예산은 들지 않았다"며 "정부의 주택도시기금이 사업비로 투입됐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청사 1층에는 상가가 들어섰고 2~5층은 주민센터와 경로당, 도서관, 자치회관 등 공공시설, 6~18층은 임대주택 180가구가 조성됐다. 임대주택엔 청년, 고령층 등 중심으로 180가구 중 136세대(75%)가 입주한 상태다.

2023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동작구의 신청사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은 전국 최초로 전통시장을 구청 안에 조성한다. 영도시장을 허문 자리에 행정타운을 세우는 만큼 신청사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특별임대상가 공간을 마련해 전통시장 상인들이 청사에서 장사를 할수 있게 할 계획이다.

서초구는 2026년 준공 목표로 34층짜리 초대형 복합청사를 추진 중이다. 구청과 어린이집, 도서관 등 복지시설 뿐 아니라 오피스텔, 임대주택과 영화관, 쇼핑몰 등 상업시설이 들어간다. 지난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LH와 SH가 사업비 5230여억원을 우선 투입하고 서초구는 수익시설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으로 20∼30년에 걸쳐 상환하는 방식이어서 재정 부담이 당장은 크지 않다.

자치구 관계자는 "주거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주택을 공급하면서 입주 주민들은 체육시설, 도서관 등 공공서비스 뿐 아니라 쇼핑, 영화 등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꿈의 행정타운'에 대한 기대가 많다"며 "오류 신청사를 시작으로 여러 자치구에서 청사 복합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과 민간이 공존하는 신청사를 건설하기 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오류 신청사 임대주택만 해도 수요자인 청년과 고령층 등에겐 주변 원룸 등에 비해 임대료 부담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많아 아직 분양이 완료되지 못했다. 청사 용적률 상향 등으로 일조권 등을 둘러싼 주변 건물들과 분쟁, 인근 부지 수용이 필요할 경우 기존 거주자들의 반발에 부딛치게 돼 사업을 진행하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SH가 공급하는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이 주변 시세와 비교해 보증금과 월세조건이 유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청사 임대주택에 대해선 경제적 취약계층이 진입할 수 있도록 임대 조건을 보다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박종관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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