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특검' 꺼내던 野의 변심

입력 2021-03-14 17:10   수정 2021-03-22 18:16

여권이 제안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부동산 투기 특별 검사 카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야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특검을 통해 여권과 공직 내부에 만연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14일 “당내에 LH 투기 의혹 특검에 대해 보다 공세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여권발 각종 의혹에 대해 ‘약방의 감초’처럼 특검을 주장했던 국민의힘이 이번 특검에 대해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특검에 대해 “출범에만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르는 특검으로 황금 같은 시간을 놓치면 안 된다”며 “즉각 검찰수사부터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원론적으로 특검을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정부·여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검찰 수사)을 내걸었다.

이런 입장은 국민의힘이 21대 국회에서 여권발 주요 의혹 사건에 대해 줄곧 특검을 주장해온 것과도 거리가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 MBC와 검찰의 검언유착 의혹을 시작으로 △박원순 성추행 의혹 △추미애 아들 군휴가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주요 정치 현안에 특검을 강력히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야권 편이라던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도 특검을 주장하던 국민의힘이 이제 와 갑자기 검찰 수사부터 하자고 하니 ‘생뚱맞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300명에 대해 투기 여부를 전수조사하자는 민주당 제안에 대해서도 “집권여당부터 먼저 하라” 는 조건 등을 내걸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야권에선 이런 반응을 두고 “도대체 야당이 뭐가 켕겨서 뒷걸음질치냐”(홍준표 의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수세에 밀렸던 여당은 역공에 나설 조짐이다. 여권에서 특검을 처음 제안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당과 정부에 대해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역과 대규모 택지개발 예정지역 내 모든 토지 소유자의 조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날엔 국민의힘에 대해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아닌가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맹공격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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