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한국의 기존 재벌과 완전히 다른 조직”이라며 “경영진의 인적 구성부터 업무 진행방식까지 미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혁신 스타트업”이라고 평가했다.
김범석 창업자만 해도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쿠팡의 이사회 및 주요 경영진 대부분이 실리콘밸리 등에서 업무성과 등을 인정받은 인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신사업 또는 신상품을 내놓을 때 데이터와 실험에 기반한 결정을 내린다.
우버 최고기술책임자(CTO)에서 쿠팡으로 이직한 투안 팸 CTO는 지난해 12월 쿠팡의 첫 개발자 콘퍼런스인 ‘리빌 2020’에서 “(쿠팡엔) 실험 문화가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다”며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매년 수천 개의 실험을 하고 있으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이를 “끊임없는 가설의 검증”이라고 규정한다. 쿠팡 관계자는 “새로운 서비스를 전사적으로 확대하기 전에 반드시 MVP(최소기능제품)로 만들어보고 테스트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의 ‘1주문 1배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수많은 실험 끝에 각 지역 맛집은 배달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게 명성에 해가 될 것으로 보고 배달을 꺼린다는 점에 착안했다.
일각에선 쿠팡이 갑작스럽게 거대 조직으로 성장한 만큼 조직 운영상 약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온라인 판매업자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은 입점업체와의 상생을 강조하는 데 비해 쿠팡은 자사에 물건을 팔거나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을 거대한 기계의 부품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직률도 높은 편이다. 쿠팡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재계 임원은 “외국인이 많다 보니 100여 명의 통역 인력이 사내 소통을 도와주는데 성과가 미진하다고 판단하면 통역 없이 바로 영어로 업무 지시를 내린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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