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과 함께 시가총액 기준으로 단번에 한국 2위 기업으로 뛰어올랐고, 성장성을 놓고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반열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아마존보다 성장 잠재력이 높다”(미 유력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평가도 나온다. 그 이유로 쿠팡이 지난 10년 동안 독자 기술로 구축한 ‘밀집 도시형 물류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 현지에서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쿠팡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런스는 “쿠팡에 걸어라, 아마존보다 낫다”고 평가하면서 “쿠팡은 아마존보다 더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은 지역은 좁은데 인구가 조밀하다. 이 같은 인구밀도는 쿠팡의 빠른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쿠팡은 특히 물류 사업에서 아마존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은 e커머스(전자상거래)에서 출발해 클라우드 서비스, 인공지능(AI) 스피커, 사물인터넷(IoT),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및 콘텐츠 제작, 금융, 헬스케어, 오프라인 소매업 등으로 광범위하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배송 등 물류 측면에선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자체적으로 밀집형 통합 물류 시스템을 개발해 ‘아마존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상장 직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빠른 도시화, 높은 인구밀도 등 한국의 환경을 현대화되고 있는 다른 아시아 지역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서 주목받는 첫 번째는 앞으로 구축할 물류센터다. 정확한 숫자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쿠팡 물류시설은 전국에 약 170개로 추정된다. 2010년 창업 후 수조원을 이 분야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2012년 ‘빠른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당일 밤 1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로켓배송’을 2014년 시작했다.
쿠팡은 이번 상장을 통해 약 5조원을 조달한다. 서울·수도권 이외 지역에 일곱 곳의 풀필먼트 센터(온라인 주문용 상품의 보관·포장·배송·환불을 일괄 처리하는 물류시설)를 짓고 물류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제3자 물류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다. 풀필먼트 센터 전국망을 완성하면 온라인 상품 판매자들의 물류 서비스를 대행해줄 수 있다. 현재 쿠팡 물류시설의 연면적은 총 230만㎡에 달한다. 온라인 배송 처리 능력은 하루 약 330만 건이다. 이런 ‘물류 능력’은 다른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진다. 경기 용인과 김포에서 세 곳의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 중인 SSG닷컴은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 중인데, 2025년까지 하루 온라인 주문 및 배송 처리 목표치가 36만 건이다.
쿠팡의 물류 싹쓸이 계획이 완료되면 국내 물류 시장엔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 합의로 택배비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나 쿠팡이 공격적으로 값싸고 빠른 물류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택배비 인상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