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배력 더 커진다던 美 대형 기술주의 배신 [조재길의 뉴욕증시 전망대]

입력 2021-03-15 07:20   수정 2021-03-15 08:17


3300여 개의 기술 기업들이 상장돼 있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종합지수는 지난 한 달간 5.5% 떨어졌습니다. 경기 회복세와 함께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는 다우 및 S&P 500 지수와 정반대 움직임을 보인 겁니다. 다우 지수가 4주일 연속 나스닥을 제친 것은 2016년 4월 이후 약 5년 만입니다.

나스닥은 그동안 글로벌 투자자에게 큰 수익을 안겨줬습니다. 2011년부터 작년까지 10년동안 지수가 하락한 건 단 두 번(2011년 -1.8%, 2018년 -3.88%)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 8년간은 최소 5.73%(2015년)에서 최고 43.64%(작년) 뛰었습니다. 특히 2019년 35.23% 오른 데 이어 작년 상승폭을 더욱 키웠습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디지털 경제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자 기술주들이 큰 주목을 받았던 겁니다.

올 들어 분위기가 빠르게 반전된 건 미 국채 움직임 때문입니다. 경제의 조기 회복 전망과 함께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자 저금리 수혜를 가장 많이 봐왔던 기술주들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기술 기업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 상승=기술주 하락’이란 등식이 항상 성립할 지 의문이란 목소리도 나옵니다.

아크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 역시 “기술주 약세는 좋은 매수 기회”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역시 미국 국채 장기물 금리가 증시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입니다. 여러 경제 지표와 백신 배포 상황은 경기 회복 및 인플레이션 상승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부양책(1조9000억달러)의 현금 지원액은 지난 주말부터 미국 가정에 지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대상 가구(1억5850만 가구)의 85%는 금주 내 1인당 1400달러씩 통장으로 입금 받을 것이라고 미 언론이 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비 지표가 더욱 개선될 게 확실시됩니다.

인베스팅닷컴의 해리스 안와르 분석가는 “개별 종목 중에선 이번주에 실적을 내놓는 나이키와 페덱스, 그리고 중국 상하이 공장의 설비 개선에 착수했다고 밝힌 테슬라 주가 움직임을 유의해서 지켜볼 만하다”고 했습니다.

한 주동안 참고할 만한 일정 및 이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FOMC 성명서 및 제롬 파월 Fed 의장 브리핑(17일)
- 미 재무부 채권 입찰(16일) 및 국채 금리 동향
- 2월 소매판매 등 미 소비지표 움직임(16일)
- 바이든 정부의 첫 미·중 고위급 회담 결과(18일)
- 나이키
·페덱스 등의 직전분기 실적 공개(18일)

▶먼저 한국 시간으로 토요일 새벽에 마감한 지난주 뉴욕증시 상황을 알려달라.

지난주 마지막 날 다우 지수는 0.9%, S&P 500은 0.1% 각각 올랐습니다. 하지만 나스닥 지수는 0.59%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와 S&P 500은 역대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미 국채 장기물 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던 게 경기 순환주와 기술주간 희비를 갈랐습니다.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 만기 금리는 이날 연 1.64%로, 전날 대비 10bp(1bp=0.01%포인트) 뛰었습니다. 20년물은 13bp, 30년물은 11bp 각각 급등했습니다.


국채 금리가 많이 오른 건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1조9000억달러짜리 부양법에 서명했고, 5월 초부터는 모든 일반인이 백신 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규모 재정 투입과 앞당겨진 접종 일정은 경기 회복을 앞당기는 동시에 물가를 끌어 올리는 요인입니다.

물가가 과열되면 미 중앙은행(Fed)이 시장 예상보다 빨리 긴축(조기 테이퍼링 및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불안이 국채 금리 상승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저금리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대형 기술주엔 커다란 부담입니다. 반면 금융주 산업주 에너지주 등 경기 순환주는 수혜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번주에도 국채 금리 동향을 면밀히 지켜봐야 할텐데.

최근들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국채 금리 움직임입니다. 17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 및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을 지켜봐야 합니다. 국채 금리와 관련된 언급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FOMC는 1년에 8차례 열리는데, 이달엔 16~17일 개최된 뒤 마지막 날 오후 2시에 성명서를 내놓습니다. 파월 의장은 그 직후인 2시 30분부터 화상 브리핑을 갖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달 4일 공개 행사에서 “국채 금리 상승이 눈길을 끈다”고 밝혔으나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인내하겠다”고 말해 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인위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겁니다.

하지만 그 이후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채 금리 상승이 증시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경제 회복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기업·가계 대출과 연동돼 있어, 단기 급등 땐 채무 압박 우려를 키울 수 있습니다.

Fed의 시장 개입 조치로는 수익률 곡선 제어(YCC·목표 금리를 초과 상승하는 장기 국채의 무제한 매입),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단기 채권을 매도하고 장기 채권을 매입), 은행권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완화 조치 연장 등이 가능합니다.

Fed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이달 말 종료되는 은행 규제완화 연장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작년 코로나 사태 이후 은행권 자본 규제를 완화했던 Fed가 이번 조치를 연장하면, 대형 은행들이 자본 규제를 맞추려고 보유 국채를 매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반대로 은행권이 다음달부터 국채 매각에 나서면 채권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뛸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지난달부터 몇 차례 ‘채권 발작’(bond tantrum)을 경험하면서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한 증시의 내성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Fed가 내놓을 점도표(dot plot)도 주목할 만합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12명)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올 1월 점도표에선 대다수 위원이 2023년까지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기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그레고리 피터스 PGIM 채권 전략본부장은 “시장은 Fed가 어떤 조치를 취할 지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Fed는 종전처럼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번 FOMC 직후 열릴 파월의 정례 브리핑에서 종전과 다른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지난주엔 미 국채 입찰이 진행되면서 큰 관심을 모았는데.

16일(화)에도 2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입찰이 예정돼 있습니다. 총 240억달러 규모입니다. 기관투자가의 수요가 부진할 경우 금리가 전반적으로 다시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지난주 진행됐던 총 1200억달러 규모의 국채는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응찰률이 종전 평균엔 조금 미치지 못했지만 대체로 양호했습니다. 최근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뛰면 국채에 투자하려는 기관이 다시 늘었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재무부가 지난달 25일 7년 만기 국채 620억달러어치를 발행한 결과 평균 응찰률이 2.04배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충격을 줬습니다. 기관들의 수요 부진이 확인되자 대다수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급등했습니다.

▶이번주에 주목할 만한 경제 지표가 있다면.

16일에 나오는 미 소매판매 동향(2월 기준)을 지켜볼 만합니다. 이 소비 지표가 양호하게 나오면 경제 회복의 자신감을 강화하겠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수 있습니다. 전달 소매판매가 5.3% 급증했던 만큼 지난달엔 0.1% 감소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미·중 관계도 지켜봐야 합니다. 양국은 오는 18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고위급 대면 회담을 갖습니다. 이번 회담 결과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강한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경우 나스닥 기술주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주 공개되는 경제 지표 및 일정>
- 15일(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3월)
- 16일(화) 미 재무부 채권 입찰(240억달러) / 소매판매(2월) / 산업생산(2월) / 수입물가(2월)
- 17일(수) FOMC 성명서(오후 2시) 및 제롬 파월 Fed 의장 브리핑(오후 2시30분) / 신규주택 착공 및 허가건수(2월)
- 18일(목)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3월)


▶이번주에 실적을 발표하는 주요 기업은.

직전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 중에선 나이키와 페덱스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나이키는 경기 회복기에 수혜를 볼 수 있고, 페덱스는 디지털 경제 확대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세계 1위 탁송 업체입니다. 둘 다 18일 장 마감 후 발표하는데, 주당순이익(EPS) 전망이 양호합니다.

더구나 1조9000억달러짜리 부양책이 시행되면서 미국인 1인당 1400달러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됐습니다. 소비자 관련 종목이 더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회사인 T2라이브의 스콧 레들러 파트너는 CNBC 인터뷰에서 “최근 애플과 페이스북, 테슬라 등 기술주에 투자해 돈을 버는 건 어려웠으나 비자와 GM, 포드, 메이시스, 3M 등이 보상해 줬다”며 “이번주엔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번주에 실적을 공개하는 주요 기업>
- 16일(화) 폭스바겐, 퓨얼셀에너지
- 17일(수) 허먼밀러
- 18일(목) 페덱스, 나이키, 액센추어, 웨이보, 달러제너럴, 펫코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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