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강경 보수'의 상징인 전광훈 목사(사진) 주최 집회에 참석한 사실을 거론하며 비판을 쏟아내는 가운데 정작 박영선 후보 측은 이를 직접 문제 삼지 않고 있다.
박영선 후보가 앞선 2016년 전광훈 목사와 만난 적 있어 자칫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영선 캠프 내에선 이를 감안해 해당 사안에 대해 오세훈 후보를 공식 비판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인사들이 오세훈 후보의 과거 행보를 지적하고 나서자 박영선 후보 측 역시 이에 대해 공세에 나설지 검토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2019년 '개천절 집회'에 참석했던 오세훈 후보의 사진을 올리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강병원 의원은 "오세훈 선거운동 미리보기. 이런 분이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두고 '강경 보수라서 경쟁력이 없다'고 했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며 "광화문 광장을 전광훈에게 돌려줄 후보, 바로 오세훈 후보"라고 주장했다.
개신교계 시민단체인 평화나무를 이끄는 '나는 꼼수다' 출신 김용민 이사장 역시 "왜 오세훈 후보가 '개천절 집회'에 나타난 것일까. 혹시 오세훈 후보가 시장이 되면 광화문 광장은 '전광훈 광장' 혹은 전광훈 목사가 호칭하는 대로 '이승만 광장'이 되는 것일까"라고 말했다.
박영선 후보는 2016년 2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에 참석했다. 당시 행사를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를 이끌고 있던 전광훈 목사가 주도했다.
참석 자체보다 더 문제될 만한 요인은 박영선 후보가 당시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 관련 법 반대한다. 누가 이것을 찬성하겠나"라며 "제가 이 자리를 빌어 이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특히 동성애법, 이것은 자연의 섭리와 하느님의 섭리를 어긋나게 하는 법"이라고 언급한 것.
한 여권 관계자는 "오세훈 후보 관련 공세로 2019년 개천절 집회에 참석했던 내용을 캠프에서 왜 모르고 있겠나"라면서 "정작 박영선 후보가 과거 전광훈 목사를 만났던 일이 있어 '내로남불' 역풍을 우려, 공세를 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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