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끝난 뒤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한 데 대해 검찰 수사팀장이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검찰에서는 ‘수사는 검찰이, 기소는 공수처가’라는 방침에 불만이 들끓고 있는 모양새다.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15일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공수처장께서 (이 지검장)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공문에 ‘수사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하라’고 수사지휘성 문구를 떡하니 기재해 놓고, 이후 쏟아지는 질문에 ‘사건을 이첩한 것이 아니라 (수사)권한(만) 이첩한 것’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썼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금조처 수사를 중단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을 수사하던 수원지검은 지난 3일 이 지검장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사건을 공수처로 넘기도록 한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라서다.
하지만 김 처장은 지난 13일 이 지검장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당시 “공수처가 현재 검사와 수사관을 선발하는 중으로 3~4주 이상 소요될 수 있으므로, 수사에 전념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전날 “사건의 ‘수사’ 부분을 이첩해 수사를 계속하도록 한 것”이라며 “‘공소’ 부분은 여전히 공수처의 관할 아래에 있다고 보고 수원지검에 대한 이첩 공문에서 수사 완료 후 사건을 송치해 공수처가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즉,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만 검찰에 맡기고,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이 같은 김 처장의 방침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부장은 “공수처는 검찰에 ‘수사권’만 이첩하고 ‘기소권’은 이첩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한다”면서 “이첩의 대상은 ‘사건’이고 이첩받은 기관은 그 기관이 보유한 권한을 행사해 해당 ‘사건’을 처리하는 것 뿐이어서, 권한을 이첩한다는 개념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가 검찰에 요청한 ‘송치’에 대해 “공수처법상 존재하지도 않는 개념”이라며 “법적 근거가 없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했다.
일각에선 현직 검사의 범죄혐의는 ‘제 식구 감싸기’를 방지하고자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 수사와 기소 우선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부장은 이에 대해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공수처법에 검사의 공소제기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면서 “특정 신분의 특정 범죄에 대해 공수처의 독점적 기소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 사건은 현재 검찰→공수처→검찰 등 핑퐁을 거듭하고 있다. 김 처장의 계획에 따르면 이 사건은 공소제기 단계에서 다시 공수처로 이첩된다. 이 부장은 “(핑퐁) 과정에서 사건 처리 지연, 수사대상자의 권익 침해, 불공정 수사 논란 등 문제점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재이첩한 사건에 대해 재재이첩을 요청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 위법한 행정행위”라고 말했다.
반면 김 처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지검장 사건 재재이첩 논란과 관련해 “어제 입장문에 쓰여진 대로”라고 말했다. ‘검찰에서 관련자 기소를 강행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정에 미리 답하기가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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