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발표한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의 가장 큰 특징은 서울 강북 등 비강남권 공시가 상승률이 강남3구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젊은층이 주도한 ‘패닉바잉(공황구매)’으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한 중저가 단지 위주로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이외 지역에선 세종과 대전 등 작년 집값이 급등한 지역이 크게 올랐다. 정부는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의 상승보다는 집값 자체가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시가격 상승률이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나 ‘고무줄 공시’를 둘러싼 논란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5개구 중 서울 평균 상승률을 밑돈 곳은 총 7개구였다. 강남구(13.96%), 서초구(13.53%), 송파구(19.22%) 등 강남3구가 여기에 포함됐다. 특히 서초구는 25개구 중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용산구(15.24%), 강서구(18.11%), 은평구(17.85%), 종로구(13.60%) 등도 서울 평균 상승률을 밑돌았다. 하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높은 상승률이다.
이번 정부 들어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상향조정이 시작됐지만 이정도로 큰 변동률은 없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2017년 4.44%에서 2018년 5.02%, 2019년 5.23%, 작년 5.98% 이었다. 올해 갑자기 두 자릿수 상승률을 찍은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 때 공시가격을 한꺼번에 많이 올렸던 2007년 22.7% 이후 14년만에 최대치다.
공시가가 쇼크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소유주들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부담도 커지게 됐다.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은 총 52만4620만가구로 작년 30만9835가구에 비해 69.3%(21만4785가구) 급증했다. 서울의 경우 작년 28만1188가구에서 올해 41만2970가구로 13만가구 넘게 늘어난다. 부산도 작년 2927가구에서 올해 1만2510가구로 4배 이상 는다. 공시가가 폭등한 세종은 작년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이 25가구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760가구로 70배 가랑 불어난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작년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제고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이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시시반영률 인상분은 작년에 비해 1.2%포인트 상승한 70.2%로, 대부분의 요인은 시세 상승분이라는 것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공동주택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2030년까지 90%로 올라간다.
이번 공시가 폭등을 두고 정부의 부동산 통계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지역에서 공시가격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3.01% 올랐다. 전국의 경우 7.47% 상승했다. 서울 19.91%, 전국 19.08%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과 큰 격차를 보인다.
또 세종의 경우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난해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44.93%였지만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70.68%를 기록했다. 서울 노원구 또한 집값 상승률(5.15%)과 공시가격 상승률(34.66%)의 차이가 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통계에 대한 정확성과 신뢰도에 대한 문제점은 계속 지적받아온 사항”이라며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조세저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다음달 5일까지 의견청취를 들은 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달 29일 결정·공시 예정이다.
최진석/전형진 기자 iskr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