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연임안 등을 두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반대를 권고해 논란이 일었던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행사한다. 실무진 차원에서 판단하기 충분한 사안이라는 판단에서다. ISS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삼성전자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찬성'쪽에 무게가 실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6일 열리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 삼성전자는 검토 안건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탁위는 경영계, 노동계, 기타가입자 단체가 추천한 민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 조직이다. 수탁위는 기금운용 실무조직인 기금운용본부가 자체 판단이 어렵다고 판단한 주주활동 관련 사안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안건이 수탁위로 넘어오지 않았다는 것은 기금운용본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ISS가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하면서 수탁위로의 이전이 논의됐지만 당초 판단대로 기금운용본부가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ISS는 오는 17일 열리는 삼성전자 주총을 앞두고 김종훈 사외이사(키스위모바일 회장)·박병국 사외이사(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의 재선임 안건과 김선욱 사외이사(전 법제처장)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해당 사외이사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재판 기간에 선임돼 활동하면서도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 ISS측의 판단이다.
하지만 같은 외국계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경제연구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등은 해당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그 외 특별배당금 성격의 10조7000억원(1주당1578원)이 더해진 기말배당금이 포함된 제52기 재무제표 승인 건,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등 삼성전자 대표이사단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 등에는 모든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찬성'으로 일치했다.
업계는 기금운용본부가 수탁위 판단에 맡기지 않고 직접 판단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을 사실상 삼성전자 주총 안건에 큰 이견이 없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면서도 "ISS의 반대로 사회적 논란이 됐음에도 수탁위에 책임을 넘기지 않은 것은 그간 조금만 민감한 사안도 결정을 회피하던 것과는 달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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