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라고 생각한 일들이 하루하루 현실로 드러나는 것을 보는 국민의 심정은 말 그대로 허탈과 분노다.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자 여권 대응도 더 분주해지고 있지만 의구심 해소엔 역부족이다. 평소 사과에 인색한 문재인 대통령은 사태 2주 만인 어제 ‘국민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부동산 적폐청산’과 ‘촛불정신 구현’을 강조한 지 불과 하루 만의 표변이라 ‘이 지경에도 여론 눈치만 살피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와 ‘특검 도입’을 야당과 합의했다. 이 역시 소속 의원들의 잇단 비리 의혹에 주택부 신설, 부동산감시기구 설치 등 ‘물타기’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국면전환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만만찮다.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처벌을 통한 재발 방지다. 이는 성난 민심을 다독이고 이 정부가 내세워 온 공정과 정의를 다시 세우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여권은 지난 2주간 말만 앞세우고 행동은 늦추는 이중적 행태로 실망을 안겼다. 큰 선거가 겹친 민감한 시기라고 해도 나라 장래보다 정파 이익을 우선시하는 저급한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비판도 봇물처럼 터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국민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성역도 예외도 없이 파헤치겠다”고 다짐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수사의지와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투기 수사 전문가인 검찰을 배제하고 수사권을 받아 이제 막 출범한 경찰과 국세청 금감원 등으로 꾸려진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는 수사 역량을 의심받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특검 제안으로 생색을 냈지만,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권 행사가 쉽지 않아 이대로라면 결국 특검도 경찰 중심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당장 진상 규명 작업에 핵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특수본을 재조직하는 등 국가수사력 총동원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도 받아들이고 정권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공직 투기 근절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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