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아로니아 시장은 빠르게 침체되기 시작했다. 가격이 1000원대로 떨어졌다.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속출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한 농민과 농림축산식품부의 해석은 달랐다. 농민들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폴란드산 아로니아 분말이 대거 수입돼 국내 농가들이 피해를 봤다”며 FTA 피해보전 직불금을 달라고 주장했다. 농식품부는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의 결과일 뿐”이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팽팽한 양측의 대립은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아로니아 농민들은 농식품부가 FTA 피해보전 직불금 신청을 거절한 것을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로 지난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보전 직불금은 FTA로 인한 수입증가로 피해를 입은 농산물을 대상으로 지원대상 품목을 고시해 사후 지원하는 제도다. FTA 체결 이후 당해연도 평균가격이 최근 5년간 평균가격에서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평균가격의 90%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지원한다. 시장가격과 해당 기준 가격 차액의 9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아로니아 농민들은 한·EU FTA의 영향으로 폴란드산 아로니아 분말이 대거 수입되면서 아로니아 가격이 폭락한만큼 아로니아도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입으로 인한 아로니아 가격 하락에 대해서도 농식품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회귀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이 1% 증가할 때 국산 아로니아 가격이 0.032% 하락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아로니아 시장이 침체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류는 유행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공급이 과도하게 늘어난 아로니아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이 2018년 52톤, 2019년 31톤, 지난해 21톤 등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아로니아 가격 폭락은 수입 증가보다는 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가격 하락이 유의하지 않았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사용한 가격과 수입량 자료가 잘못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농경연이 사용한 가격 자료는 충북 단양 아로니아 생산자 조합의 수매가인데, 조합원에게 높은 가격을 보장해줘야하는 조합의 수매가를 대표가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입량과 관련해서는 농경연이 사용한 관세무역개발원의 통계와 농림축산식품검역본부의 수입 통계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재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관세무역개발원의 2014~2017년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은 연평균 179톤인 반면 검역본부는 286톤이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농식품부의 손을 들어줬다. 아로니아 농민들은 곧바로 항소해 2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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