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연구, 융합기술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건 대략 2005년 무렵이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의 과학기술은 그 경계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이 이뤄지며 급속도로 발전했다. 바이오나노 융복합 기술은 융합연구라는 개념이 나온 이후 가장 성공적으로 발전해온 분야 중 하나일 것이다. 모든 인류의 바람인 ‘건강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질병 진단·치료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에서도 1985년 풀러렌(탄소원자 60개로 이루어진 구형 나노물질), 1991년 탄소나노튜브(탄소로 구성된 원기둥 모양의 나노물질)와 같은 나노물질이 처음 합성된 뒤 과학자들은 다양한 나노물질 혹은 나노구조체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분에 현재 다양한 나노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매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나노물질은 그 크기가 단백질, 유전자 등 생명활동에 중요한 요소들과 비슷할 정도로 작다. 자연스럽게 나노물질과 바이오물질의 융합이 시도됐고, 여기에서부터 바이오나노 융복합연구가 시작됐다. 그중에서도 바이오나노센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나노물질을 이용하면 단백질이나 유전자를 민감하게 검출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질병의 조기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이오나노센서는 의료뿐 아니라 환경, 시설유지, 에너지 관리, 공업공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질병 진단 바이오나노센서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한 바이오나노센서로는 독감, 혹은 임신 진단 등에 사용되는 스틱형 키트를 들 수 있다. 독감 환자나 임산부의 체액을 스틱에 떨어뜨리면 1줄(음성) 또는 2줄(양성)이 나타난다. 이런 진단 키트에는 금 나노입자들이 사용된다. 키트 위에 빨간 줄을 형성하는 물질이 금 나노입자다. 매우 작게 만든 금 나노입자는 노란색이 아닌 붉은색을 띤다. 이렇게 작은 금 나노입자에 특정 단백질을 검출하는 항체를 결합시키고 스틱형 키트에 적절히 조립함으로써 간편하게 독감이나 임신을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나노센서를 제작할 수 있다.
생명공학연구원이 연구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바이오나노센서들도 간편 진단 키트와 원리는 비슷하다. 다만 스틱형 키트의 금 나노입자 대신 다양한 종류의 나노물질 혹은 나노구조체를 사용한다. 특정 단백질 혹은 유전자를 인지하는 생체물질도 새로 개발해 두 가지 요소를 융합하는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이렇게 개발된 새로운 융복합 바이오나노소재는 기존 질병을 보다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그동안 진단하기 어려웠던 질병도 진단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첨단 바이오나노센서는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의료기관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란 얘기다.
새롭게 개발된 바이오나노 융복합 기술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물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동시에 검출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무분별한 약물 사용으로 인해 내성을 갖게 된 감염병 유해인자(바이러스, 박테리아) 검출이 가능한 센서 기술도 개발했다. 병원 내 환자의 2차 감염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새롭게 개발되는 바이오나노 융복합 기술은 ‘무병장수 100세 인생’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절망에 빠진 환자들에게 희망도 주고 있다. 미래 공상과학 영화에선 환자를 스캔하면서 정확한 질병을 진단한 뒤 곧바로 치료를 진행한다. 바이오나노 융복합 연구개발에 탄력이 붙으면 이런 장면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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