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도 사고 환차익도 노리고…서학개미덕 달러 예금 '급증'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03-16 12:00   수정 2021-03-16 13:26

기업·개인이 보유한 달러예금 잔액이 지난달 7억6000만달러(약 8600억원) 늘었다. 미국 기술주를 사들이기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꾼 이른바 '서학개미'가 불어난 결과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21년 2월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지난 2월 말 거주자 달러예금은 769억2000만달러로 전달보다 7억6000만달러 늘었다. 지난 1월에 38억8000만달러 줄어든 761억6000만달러에서 2월 들어 재차 늘었다. 거주자 달러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등이 은행에 맡긴 달러예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이 보유한 달러예금은 583억5000만달러로 9억2000만달러 늘었다. 반면 개인이 보유한 달러예금은 175억7000만달러로 1억6000만달러 줄었다. 개인 달러예금은 지난달(5000만달러 감소)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기업 달러예금은 늘어난 것은 해외주식을 사들이려는 투자자들의 증권사 달러예탁금이 불어난 결과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은 테슬라로 13억8282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애플(7억4798만달러) 팔란티어테크놀로지(3억9506만달러) TSMC(3억2533만달러) 유니티소프트웨어(2억9723만달러) 등이 그뒤를 이었다. TSMC를 제외하면 모두 미국 기술주다. 반면 개인들은 보유한 달러를 일부 매도했다. 1월에 이어 2월에도 환율이 뛰자(달러가치 강세)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팔았다.

개인투자자들이 달러를 팔고 미국 기술주는 사들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달러가치가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앞으로 개인들의 보유한 달러의 매도 움직임은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실물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달러가치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2%에서 6.5%로 끌어올렸다. OECD는 전망치 상향조정에 대해 "미국이 발표한 1조9000만달러 경기부양책으로 성장률이 3%포인트를 넘게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물경제 회복에 따라 미 국채 금리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5일 연 1.607%로 전날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장중에는 연 1.639%로 치솟으며 연 1.64%대에 근접하기도 했다. 미 국채 금리가 뛰면 이자수익을 노리는 투자금이 더 몰려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달러를 환전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달러가치가 뛰게 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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