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가 나면 뒷목을 잡고 나오는 운전자들이 많다. 사고 충격으로 목이 앞뒤로 꺾이면서 다쳤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에서는 차사고에서 부상이 빈번한 목과 등, 어깨 부위를 채찍이라는 뜻의 위플래시라고 한다. 사고가 날 때 고개가 움직이는 모습이 채찍의 움직임과 비슷하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는 5월부터 영국이 새로 시행하는 차사고 경상환자 보상 정책을 ‘위플래시 개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금융위원회는 영국의 위플래시 개혁을 참고해 자동차 보험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영국의 개혁안에 따르면 전치 3개월 이하의 위플래시 부상에 대한 보상금은 270여만원에서 30여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교통사고 소송에서 이겼을 때 상대방으로부터 소송비를 요구할 수 있는 사건의 기준도 1000파운드(약 156만원)에서 5000만원(약 784만원)으로 상향조정됐다.
금융위는 이 가운데 진단서 발급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차사고가 났을 때 진단서 여부와 상관없이 부상자가 아프다고 하면 치료비를 내주고 치료기간에 따라 합의금 등의 보상금이 정해진다. 병원에 오래 다닐수록 보험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진단서가 무조건 필요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진단서에 2주라고 적혀있으면 치료를 3주간 받더라도 2주에 대해서만 보상을 받는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은 부상 치료 자체는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해주기 때문에 235파운드로 병원비를 납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NHS의 치료범위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결국 일부 치료비를 포함한 합의금 전체가 200만원 이상 줄어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치료기간이 9~12개월인 경우 2015년에는 3100파운드(약 486만원)에서 위플래시 개혁 이후에는 1250파운드(약 196만원)으로 줄어든다. 영국 정부는 위플래시 개혁을 통해 연간 11억파운드(약 1조 7258억원)의 보험금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 자동차보험계약 1건당 35파운드(약 5만5000원)의 보험료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국내 자동차보험에서 과잉진료로 빠져나가는 보험금 규모가 전체 치료비 지급액(3조원)의 20% 정도인 연간 54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잉진료에 따른 계약자 한 명당 부담은 2만3000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영국의 위플래시 개혁을 고스란히 따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영국 사례를 참고하고 각계 의견을 고루 수렴해 치료와 보상기준을 상반기 안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위플래시 개혁뿐만 아니라 차사고 치료비(경상환자 대상)에 대해 본인 과실 부분은 본인 보험에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하반기 중에 개선키로 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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