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매매 문의가 조금씩 들어오고 있습니다. 현지 도민들은 물론이고 육지에서도 매수 문의를 위한 전화가 걸려 옵니다.”(제주시 노형동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
한때 차이나 머니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조정받았던 제주 부동산 시장이 다시 상승하는 분위기다. 거래가 늘고 집값 상승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의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10억원을 넘는 아파트도 등장하고 있다. 전국적인 집값 오름세에 제주 부동산 시장마저도 영향을 받았다. 지방까지 전국 주요 지역에 에 부동산 규제가 내려지면서 얼마 남지 않은 비규제 지역까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이 아파트의 전용 84㎡도 지난달 9억원에 거래되며 역대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리는 등 매수세가 늘더니 거래건수도 점점 많아지는 상황”이라며 “3년전부터 폭락했던 가격을 대부분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2014년에 입주한 이후 3년차인 2017년 7월 약 11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연동대림2차아파트(2002년 입주) 전용119㎡도 올해 초 역대 최고가인 10억원(6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같은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말 6억7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제주 부동산 시장은 국내 부동산에 일정 금액(50만달러 또는 5억원 이상)을 투자할 경우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인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도입한 것이 계기로 중국인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사태와 한한령(限韓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차이나 머니가 끊겼고 집값은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7년 제주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0.35% 내렸고, 2018년에도 2.35% 하락했다. 2019년(-2.68%)과 2020년(-1.17%)에도 아파트 하락했던 제주는 작년말부터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제주 주택가격상승률이 0.16%을 기록했다. 작년 11월부터 상승 반전해 이제는 오름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민간아파트 분양가격도 상승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1월말 기준 제주 평균 아파트 분양가격은 1㎡당 519만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달 395만5000원보다 124만3000원(31%) 올랐다. 3.3㎡ 당 1715만6700원 수준이다. 전달(2020년 12월)에 비하면 1㎡당 464만8000원에서 55만원(11.8%)상승했다. 분양가격지수도 222.1을 기록해 2014년(100)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제주시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L대표는 “연동이나 노형동,아라동 등 대단지 아파트들 중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오래된 아파트들 가격도 많이 올랐다”며 “현지 수요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수요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인구도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 60%에 가까운 10개 시도에서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가 나타난 가운데, 제주도는 인구가 소폭 늘었다. 인구가 증가한 곳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세종, 울산, 대전 등이다. 제주 인구는 대전(65명)보다 조금 많은 81명 늘었다. 65세 고령 인구가 많은 지방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늘면서 인구 자연감소 지역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도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노형동 Y공인 관계자는 “최근 제주 집값이 많이 내렸다고 판단한 매수자들이 서서히 다시 유입되는 분위기”라며 “덩달아 땅을 보겠다는 투자자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 지역 Y공인 대표도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늘면서 일부 집주인들은 팔려고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현재 상승세가 일부 인기 지역에 편중되는 분위기라는 의견도 있다. 제주 지역의 전반적인 추세로는 여전히 침체라는 것이다.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한 전업투자자는 “제주처럼 어느 정도 수요가 뒷받침 되기에 부족한 중소 도시의 경우에는 아직 진입하기엔 위험성이 크다”며 “하락기가 오면 가격 방어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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