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중재로 봉합된 듯 했던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적법성 논란이 다시 불 붙을 조짐이다. 통신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통신사업을 허용하는 법 개정에 대해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어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신회사들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관련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이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홍정민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으로 '국가, 지자체, 외국법인 등은 기간통신사업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명시된 전기통신사업법 7조에서 지자체를 제외해 통신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통신사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공공이 민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통신정책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민간에서 이미 서울 전역에 150만㎞의 광케이블을 깔아둔 상황에서 서울시가 6000㎞의 자가통신망을 까는 것은 비효율을 양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 힘 등 야당 일부에서도 지자체의 통신사업 허용과 관련해 부정적인 기류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과기정통부의 반대로 위기에 처했던 서울시의 공공와이파이 '까치온' 사업이 다시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성동·구로·은평·강서·도봉 등 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2년엔 서울 전역에 까치온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서울시가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강행할 경우 형사고발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다가, 지난해 말 청와대가 나서 중재를 하면서 서울시와 극적 화해를 했다. 당시 양 기관은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서울디지털재단에 위탁하는 한편 전기통신사업 관련 규정 개정을 협력키로 했었다.
하지만 서울디지털재단에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이관하는 것은 현실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신사업을 하기 위해선 50억원의 납입자본금과 인력 확충 등이 필요해 추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와이파이는 도로와 공원, 전통시장 등 공공생활권에 서비스돼 민간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다"며 "시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덜고 정보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선 지자체가 무료 공공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데 불필요한 논란이 없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민의 연간 통신비 총액은 7조3000억원으로 연간 수도요금 총액 8140억원의 9배에 달한다.
하수정/이승우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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