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향후 거취를 두고 삼성전자 주주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17일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 김현석 대표이사(사장), 고동진 대표이사(사장) 등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선 참여연대 회원이라고 밝힌 주주 A씨가 "이 부회장은 86억원 상당의 뇌물과 횡령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살고 있다"며 "하지만 상근에서 비상근이 됐을 뿐 삼성전자 부회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이 부회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앞서 법무부는 뇌물·횡령 혐의로 실형을 확정한 이 부회장에 대해 법령에 따라 취업제한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도 이와 관련 내용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준법감시위는 무엇을 하고 있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다른 주주 B씨는 "이건 땅을 치고 울분을 토할 일이다. 왜 감옥살이를 해야 하느냐"며 "이 부회장은 그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씨의 발언이 끝나자 주변 주주들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주주 C씨는 "이제껏 잘못을 한 정치인들도 그대로 활동하는데 이 부회장은 일개 회사의 경영진일 뿐이다"며 "삼성전자는 대한민국과 같이 생명을 같이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 부회장에게 옥쇄를 채워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 의장으로 나선 김기남 부회장은 주주들의 질의에 대해 "회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 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해 회사 상황과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과 관련해선 "이사회의 독립 조직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의 준법감시 통제 기능을 강화해 회사 의사 결정이 적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조직"이라며 "삼성 준법 문화 수준을 제고하고, 준법 문화 정착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이 부회장과 관련 주주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김 부회장은 '입장은 거듭 말씀드렸다' '주총을 방해하는 행위를 멈춰달라'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상정했다. 삼성전자는 주주 편의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주주총회를 온라인 중계를 병행했으며, 지난해부터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수원=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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