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탄력 붙은 유럽증시…이달 주요국 중 상승률 ‘최대’

입력 2021-03-17 16:41   수정 2021-04-04 00:02


유럽 주가지수가 이달 들어 주요국 대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횡보 국면에 접어든 것과 대비된다. 유럽은 미국, 한국 등과 달리 적극적 양적 완화 정책을 펴지 않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낮고, 소비재 등 이제부터 회복이 본격화될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16일(현지시간) 0.55% 오른 3,850.96에 장을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전인 2008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월초에 비해서는 5.90% 상승했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 CAC 40이 이 기간 6.18% 올라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독일 DAX(5.59%), 스페인 IBEX 35(5.26%), 네덜란드 AEX(4.97%), 영국 FTSE 100(4.94%) 등도 많이 올랐다.

주요국 증시가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상반된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3.98% 올랐고, 닛케이225 지수는 17일까지 3.30%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도 이달 들어 1.15% 오르는데 그쳤고, 상하이종합지수는 1.78% 하락했다.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줄곧 주요국 대비 저조한 상승률을 보였던 유럽이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경제가 견조하게 올라오는 게 증시 선방의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유로존의 제조업·서비스업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48.8를 기록, 예비치(48.1)와 전월 수치(47.8)를 모두 웃돌았다. IHS마킷은 “유로존 제조업이 국내·외 수요에 힘입어 4개월여 만에 가장 호황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유로존 PMI는 예상을 뛰어넘는 서프라이즈 수준이었다”며 “곳곳에서 국지적인 봉쇄조치가 시행됐지만 공장 생산은 대폭 증가했고 신규주문은 이보다 더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향후 봉쇄조치가 완화되면 제조업 회복세가 더 강해지면서 독일을 필두로 유로존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경제의 핵심 산업은 소비재, 관광, 자동차 등이다.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 이들 산업이 본격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전망도 유럽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탠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가 재개되면 서비스업과 관광업 비중이 큰 유럽 국가의 내수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며 "특히 항공, 서비스주 등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미국처럼 적극적으로 통화 완화 정책을 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회복 속도는 미국 등에 못미쳤지만, 적극적 통화 정책을 편 국가의 증시가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끼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는 이같은 이력이 오히려 강점이 되고 있다. 유로화 강세도 글로벌 자금 유입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글로벌 증권사 JP모간은 최근 유럽 매수 추천주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 목록에는 금융, 원자재, 필수소비재 종목 등이 두루 이름을 올렸다. 필수소비재 분야에서는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 덴마크 맥주 회사 칼스버그, 프랑스 식품회사 다농그룹 등이 포함됐다. 명품주 케링과 막스앤스펜서 등도 있었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만든 유렵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TIGER유로스탁스배당30 펀드가 연초 이후 수익률 12.07%로 가장 좋은 성과를 보였다. 이어 한화유럽대표 펀드(8.18%), KB스타유로인덱스 펀드(7.83%), KB유로주식인덱스 펀드(7.76%), 신한유로인덱스 펀드(7.61%) 등이 뒤를 이었다. 유럽 펀드 전체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97%였다.

국내 상위권 증권사 대부분은 유럽 주식 매매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만 증권사 혹은 투자 대상 국가에 따라 전화·창구 주문만 되는 곳도 있다. 삼성증권에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주식을 온라인으로 거래할 수 있다. 이밖에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주식은 전화·창구 거래만 된다. 다른 나라 주식 거래 서비스는 하지 않는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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