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녹십자에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 '러브콜'

입력 2021-03-17 17:24   수정 2021-03-26 18:11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GC녹십자가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는 20일 방한하는 러시아 개발 관계자들이 녹십자의 생산시설에 대해 ‘위탁생산(CMO)을 맡기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 녹십자가 따내면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을 추가로 올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인 ‘코비박(covivac)’을 개발한 러시아 연방 추마코프 면역생물학 연구개발센터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가 20일 방한한다. 백신 판매를 위해 설립한 러시아 스마트바이오텍 대표도 함께 온다. 이들은 23일부터 녹십자 화순공장과 오창공장, 경북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를 둘러본 뒤 코비박 생산에 적합한지 점검할 계획이다.

1957년 설립된 추마코프연구소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에 백신을 납품하는 러시아 최대 백신 개발 기관이다. 자체 개발한 소아마비 백신 등을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에 유통하고 있다. 이 연구소가 작년 4월부터 개발한 코비박은 자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최고 95%의 면역률을 보였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달 코비박 사용을 승인하면서 러시아산(産) 코로나19 백신은 스푸트니크 V와 에피박코로나를 포함해 3개로 확대됐다.

코비박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똑같은 구조를 지닌 ‘죽은’ 바이러스를 몸속에 넣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자극하는 방식의 사백신(불활성화 백신)이다. 몸 안의 면역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를 생성하도록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죽은 백신을 넣기 때문에 독성이 없고, 부작용이 적다. A형 간염, 독감, 소아마비, 광견병 백신 등도 사백신으로 만든다. 다만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몸 안에 넣는 단백질 재조합 방식에 비해 지속 기간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녹십자가 코비박 생산기지로 낙점되면 이 물량은 러시아와 함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9개 국가가 속한 독립국가연합(CIS)에 수출된다. 해외 유통은 국내 바이오업체인 쎌마테라퓨틱스가 맡는다.

코비박은 이미 러시아 및 CIS 국가들로부터 약 3억 도스(병) 정도를 주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생산물량은 이 중 1억 도스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측은 더 많은 양을 맡기고 싶었지만 녹십자 등의 생산 시설이 꽉 차 1억 도스 수준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녹십자는 백신 원액 생산과 완제 공정을 모두 맡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액 생산은 녹십자 화순공장에서 담당한다. 원액을 주사기 등에 담는 완제 공정은 충북 오창공장에서 이뤄진다. 이곳은 하루 8시간 가동을 전제로 연간 10억 도스까지 생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가 원액과 완제 공정까지 따낼 경우 영업이익률이 50%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이번 방한 때 러시아 측과 녹십자, 쎌마테라퓨틱스 등이 기술이전 계약을 우선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본계약은 다음달 중순께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단가나 계약 규모도 이번 방문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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