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의 계절, 신작 들고 그녀들이 돌아왔다

입력 2021-03-17 17:44   수정 2021-03-18 03:33

새 봄을 맞아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이 속속 새 작품을 들고 돌아왔다. 중견 소설가 편혜영·조해진 작가부터 젊은 시인과 소설가들까지 면면도 다양하다.

등단 22년째를 맞은 편혜영은 여섯 번째 소설집 《어쩌면 스무 번》(문학동네)을 출간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쓴 단편 가운데 성격이 비슷한 여덟 편을 묶었다. 서스펜스 소설의 대가답게 익숙했던 공간과 관계를 낯설고 새롭게 느끼도록 배치해 묘한 긴장을 조성한다. 2019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호텔 창문’을 비롯해 수록 작품 모두 인물들이 현재 머물던 공간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시작된다. 이동을 통해 과거 가족과의 관계나 실수를 저질렀던 자신과의 관계가 이전과 다른 공간에서 거대한 위협이 돼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은 조해진 작가도 네 번째 소설집 《환한 숨》(문학과지성사)을 내놨다. 2019년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환한 나무 꼭대기’와 자전소설 ‘문래’를 포함해 아홉 편의 짧은 소설이 실렸다. 작가의 시선은 암투병 중인 중년 여성, 수은 중독이 뭔지 모른 채 일해야 했던 미성년 노동자 등 소외된 이들의 삶에 머문다. 하지만 이들이 처한 그늘과 어둠 속에 연쇄적으로 전해지는 작가의 온기 어린 호의를 통해 삶이 여기서 쉽게 끝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는 차세대 문학인 8인의 작품집 《AnA》(은행나무)를 출간했다. 은행나무의 문학잡지 《악스트》와 연계해 조해주 주민현 시인과 변미나 임선우 전예진 조시현 조진주 지혜 등 소설가까지 8명 여성 신예 작가의 신작 시와 소설을 담았다.

이들은 모두 현재를 관통하는 ‘연대’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우리의 삶은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 서로 묻고 답한다. 인터뷰, 수필, 일러스트와 대중문화 평론, 리뷰까지 작가들이 쓴 산문도 함께 선보이며 이들의 작품 세계에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2017년 한경 신춘문예로 등단해 지난해 내놓은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문학동네)로 신동엽문학상을 받은 주민현 시인도 《AnA》를 통해 신작 시 ‘오래된 영화’ 외 9편을 공개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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