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관은 회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이 사건 공소시효 만료일인 오는 22일까지 김씨의 입건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은 당시 검찰 수사팀 검사들이 받고 있지만, 증언이 ‘거짓’이라는 점이 먼저 밝혀져야 교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우선 김씨에 대해서만 기소 여부의 타당성을 가리라고 한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사실상 기소하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또 법무부는 “(한 전 총리 사건 수사에서) 위법하고 부당한 수사 관행이 있었다고 판단한다”며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 감찰도 지시했다.
이 사건은 2011년 한 전 총리 뇌물사건 재판의 증인이었던 한모씨와 최모씨 등이 지난해 4월 “수사팀 검사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는 진정을 법무부에 내면서 불거졌다. 한 전 총리는 2010년 고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그런데 최씨 등은 수사팀이 한 대표의 동료 재소자 2명을 포섭해 한 전 총리 측에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위증을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은 지난해 7월 수사팀 검사들의 위증교사 의혹을 검토한 뒤 무혐의 결론을 냈다. 그러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한동수 감찰부장이 재감찰하도록 했다. 대검이 지난 5일 당시 검찰 수사팀이 증인에게 위증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재차 무혐의 결론을 내자, 이번엔 박 장관이 대검의 감찰 기록을 전달받아 검토한 뒤 수사지휘권을 재차 발동한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다고 하더라도 검찰총장 또는 총장 직무대행이 법리상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따르지 않을 권한이 있다”며 “검찰이 이미 무혐의로 결론 낸 사건을 재수사하라며 수사 지휘를 내린 건 처음으로, 장관의 직권남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현직 검사는 “현재 대검 부장 대다수가 ‘윤석열 징계’에 앞장선 친여권 성향의 인물이어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사건의 공정성’을 이유로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라면서 부장회의에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사실상 기소하라는 신호의 수사지휘권 행사보다 전문수사자문단이나 외부인이 참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지시하는 게 옳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안효주/이인혁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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