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직선운동 부품 제조기업 원에스티를 인수한다. 원에스티는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직선운동 부품 등을 국산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17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PEF 운용사 노앤파트너스가 최근 원에스티 지분 100%를 약 8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기관투자가(LP)들로부터 출자확약을 받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택원 원에스티 대표이사는 투자금액이 가장 많은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해 노앤파트너스와 함께 회사 경영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사업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노앤파트너스는 중국 소재 레이저장비 제조기업 '한스레이저'를 전략적 투자자(SI)로 유치해 원에스티의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성공했다. 중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8조원에 달하는 한스레이저는 원에스티의 주력제품을 연간 500억원 규모로 소비하고 있는 고객사다. 원에스티는 또한 노앤파트너스를 통해 중국 최대 자동화로봇 설비기업 신이화(Sineva) 등 또 다른 중국 내 잠재 고객사와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택원 대표가 1989년 설립한 원에스티는 샤프트 국산화를 시작으로, 외국산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산업장비부품들을 자체 생산하는 데 성공한 강소기업이다. 특히 반도체, 2차전지, 공작기계, 자동화로봇 등 직선운동이 필요한 모든 산업장비에 들어가는 초정밀기계부품인 LM가이드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LM가이드 시장은 현재 일본 THK, 대만 HIWIN이 각각 고가와 저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원에스티의 LM가이드는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 고객사들로부터 일본 THK와 동질의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THK를 압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 장비부품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LM가이드 공급난에 시달렸던 2017~2018년과 2019년 한·일 무역분쟁을 거치며 국내 대기업들의 국산 LM가이드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앤마켓스에 따르면 글로벌 LM가이드 시장은 2019년부터 연평균 11.7%씩 성장해 오는 2024년엔 118억달러(약 14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노앤파트너스는 화학공학도 출신으로 산업은행 PE실 등을 거친 노광근 대표가 2015년 세운 운용사다. 설립 5년만에 운용자산(AUM) 규모가 3000억원을 돌파했고, 최근엔 3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하는 데 성공했다. 대표 투자 사례로는 2차전지 핵심소재인 분리막 제조업체 더블유씨피 전환사채(CB) 인수(2019년·1500억원 규모), 수도관 코팅업체 코팅코리아 인수(2020년·635억원) 등이 있다.
2019년 중국 동박 제조업체 왓슨의 모회사 론디안에 500억원을 투자하는 등 특히 중국 네트워크에 강점을 보이는 운용사로 평가받는다. 론디안의 경우 SK㈜도 노앤파트너스와 함께 28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 기업이다. 노앤파트너스는 이번 원에스티 인수과정에서도 중국 시장 등 해외 진출 공략을 앞세워 회사의 밸류업 청사진을 제시한 덕분에 다른 운용사들을 제치고 이택원 대표의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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