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전통 유통강자들의 일자리는 지난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 GS 등 대기업 유통 계열사 10곳의 직원들은 총 5500명 이상 줄었다. 점포 구조조정 등으로 마트와 슈퍼에서 일하던 현장 직원들이 대거 떠났기 때문이다. 반면 급성장한 e커머스 업체들은 정보기술(IT)과 물류 인력을 대규모로 뽑고 있다.
분석대상은 롯데(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와 신세계(신세계, 이마트), 현대(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GS(GS리테일, GS홈쇼핑), BGF리테일, 호텔신라 10곳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프리미엄 아울렛 두 곳과 지난달 백화점 ‘더현대서울’을 개장해 유일하게 직원 수가 90명 늘었다.
점포 구조조정을 한 롯데쇼핑과 GS리테일의 직원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롯데쇼핑 직원 수는 2507명 감소했다.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2월부터 이뤄진 점포 구조조정으로 백화점과 마트, 슈퍼와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롭스 등 119곳이 폐점한 영향이다. 구조조정이 집중된 마트 부문에서 893명, 슈퍼와 롭스가 포함된 기타 부문에서 1388명이 각각 줄었다.
줄어든 일자리 중 1958명이 여성 직원이다. 대부분이 캐셔(계산원) 등 점포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이라는 게 롯데쇼핑의 설명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점포 문을 닫아도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지만 집 근처 마트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폐점으로 불가피하게 집에서 먼 마트에 발령나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녀가 학교나 어린이집에 가지 못해 돌봐줄 사람이 없어 그만두는 직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도 직원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2년 내 매장 200여곳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올해 마트와 슈퍼를 중심으로 70여곳의 구조조정이 추가로 이뤄진다. 롯데마트는 지난달부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신청도 받고 있다.
GS리테일의 직원 수는 1888명 줄었다. 전체 직원의 21%에 육박한다. 8849명이던 직원 수가 1년 만에 6961명으로 감소했다. 줄어든 직원의 83%(1561명)가 여성이다. 점포를 폐점한 사업 부문에서 감소폭이 컸다. 수퍼 부문에서 총 1088명, 헬스앤뷰티(H&B)와 호텔이 포함된 기타 부문에서 712명이 줄었다.
GS리테일은 2018년부터 수퍼 ‘더프레시’ 중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20곳을 폐점했다. H&B 스토어 ‘랄라블라’도 16곳을 줄였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비효율 점포를 줄이는 동시에 추가 채용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직원 수도 지난해 565명 감소했다. 신촌점과 트레이더스 신규 점포를 열었지만 부츠와 삐에로쇼핑 등 부진한 전문점 정리에 나선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호텔신라도 직원 수가 290명 줄었다.
자체배송을 하는 쿠팡과 마켓컬리는 물류 인력을 대거 늘리고 있다. 쿠팡은 상장신고서에서 지난해 연간 2만5000명을 고용했다고 밝혔다. 정규직 배송직원 ‘쿠팡친구’가 다수다. 쿠팡은 2025년까지 직원 수를 5만명 더 늘릴 계획이다.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는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가 1048명으로 전년(360명) 대비 191% 증가했다.
최근 개발자와 상품기획자(MD) 등 인재 확보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티몬은 올 들어 전 부문을 대상으로 세 자릿수 규모의 수시 채용을 했다. 상반기 공채도 진행할 예정이다. 티몬 관계자는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개발 부문은 올해 말까지 최대한 상시채용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도 지난달 IT 개발 직군 중심으로 15개 분야에서 두 자릿수 규모의 경력 채용 공고를 냈다. 쓱닷컴 관계자는 “2019년 법인을 세운 후 가장 큰 규모의 경력 채용”이라고 말했다. 최근 매각 절차에 들어간 이베이코리아도 상반기 대규모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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