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만두 빚기는 곧 '첨단 기술'이었다

입력 2021-03-18 17:26   수정 2021-03-19 02:42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만두 매출은 1조원을 넘겼다. 단일 식품으로 연매출 1조원을 넘긴 건 처음이다. 그중 해외 판매가 65%였다. 쌀이 주식인 동북아시아 문화권에서 태어난 밀가루 음식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만두는 어떻게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왔을까.

음식칼럼니스트 박정배 씨가 쓴 책 《만두: 한중일 만두와 교자의 문화사》는 한·중·일 3국이 발전시킨 만두의 기원과 유래, 변천사를 설명한다. 저자는 “만두는 동북아 음식문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동북아의 독특한 식문화인 ‘찜’과 서방에서 전해진 밀이 만나 태어난 음식이라는 것.

지금은 흔하지만 태생은 고급 음식이었다고 한다. 중동에서 밀을 들여와 재배에 성공해야 했고, 수확한 밀을 곱게 빻아 가루를 만드는 제분 역량도 갖춰야 했다. 반죽을 부풀게 하는 발효기술도 필수였다. 이모작을 통한 밀 재배, 귀족들 부장품으로 쓰이던 맷돌을 활용한 제분, 술을 빚는 발효기술이 필요했기에 당시에는 만두를 빚는 것이 첨단기술이었다는 것. 상류층만이 만두를 즐길 수 있었고, 만두는 제사상에 올리는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제조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만두는 다양하게 분화됐다. 중국에선 만두피의 발효 여부에 따라 만두와 교자를 구분한다. 반죽을 발효시킨 만두(만터우)는 반드시 쪄서 먹어야 했다. 반죽을 쪄서 부풀게 하다 보니 소는 사라져 오늘날에는 반찬과 곁들여 먹는다. 교자(짜오쯔)는 찌거나 삶는 등 먹는 방식이 다양하다. 소에는 돼지고기가 주로 들어가 육즙이 풍부하다.

한국에서도 만두는 귀한 음식이었다. 만두를 들여온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결혼, 잔치, 궁중 행사 등 중요한 자리마다 빠지지 않고 밥상에 올랐다. 1890년대 들어 중국 화교가 대거 유입되면서 만두가 대중화됐다. 일본에서 만두가 대중화된 건 메이지 시대에 육식 금지가 풀리면서였다. 저자는 “한·중·일의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다양한 만두가 나왔다”며 “거시환경의 변화와 동북아 특유의 식문화가 접목된 독특한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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