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株 베팅하는 20대 "월급 모아 집 못 사, 대박 낼 곳은 여기뿐"

입력 2021-03-18 17:34   수정 2021-03-26 18:19

대학생 A씨(23)는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지만 1주밖에 배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청약물량 외에도 10주를 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초 장외시장에서 주당 19만원에 10주를 샀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웃돈’을 주다시피 하고 산 것은 카카오게임즈 기억 때문이다.

작년 8월 그는 상장을 앞둔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장외에서 주당 6만5000원에 20주 샀다. 주변에서는 공모가(2만4000원)와 차이가 커 손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즈가 ‘따상상(이틀 연속 상한가)’을 기록하며 30%의 수익을 거뒀다.

A씨같이 장외시장을 찾는 20대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공모주 시장 초호황의 영향이다. 장외주식 투자자는 전 연령대에서 늘었지만 20대 증가폭은 다른 연령의 두 배를 웃돈다.
20대 투자자 16배 증가

18일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만9608명을 기록했다. 1년 전(1896명)과 비교해 15.6배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이용자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전체 이용자는 1만5000명에서 13만4000명으로 8.9배 늘었다.

20대 비중은 두 배로 높아졌다. 1년 전 12.6%였던 20대 투자자 비중은 지난 2월 말 22.1%를 기록했다. 다른 연령대는 이용자 수는 늘었지만 비중은 줄었다. 장외주식 열풍을 20대가 이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30대는 25.3%에서 23.9%, 40대는 31%에서 28%로 줄었다. 50대도 비중이 감소했다.

20대 투자자가 급증한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투자성향이다. 20대는 과거 비트코인 랠리를 주도했다. 작년에는 게임, 미디어 등 성장주를 발굴했다. 어느 세대보다 정보에 빠르게 반응한다. 최근에는 ‘프리 IPO(기업공개)’를 안전하고 확실한 재테크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카뱅·크래프톤 ‘관심’
성공 경험도 있다. 실제 상장을 앞둔 주식을 사들인 경우 대부분 수익을 봤다. SK바이오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가 그랬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상장 첫날인 이날 ‘따상(수익률 160%)’을 기록했다.

20대가 투자한 종목도 상장을 앞둔 기업에 몰려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20대의 최근 관심종목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야놀자 등이다. 세 업체 모두 IPO를 계획하고 있다.

모바일 거래 플랫폼의 등장도 20대를 장외주식으로 이끌고 있다. 과거에 장외주식을 구입하려면 전화나 대면 만남 등을 통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앱 하나로 ‘안전거래’를 할 수 있다. 모바일에 익숙한 20대가 장외주식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졌다.

20대에 익숙한 기업이 다수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20대 관심종목 목록에 오른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야놀자는 20대가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다. 플랫폼을 바탕으로 정보가 공유되면서 장외주식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다. 이들 거래소에는 모두 토론 게시판이 있다.
“집 사려면 위험 감수해야”
절박함도 있다. 이미 부동산, 주식 등 다른 자산의 가격은 일제히 급등했다. 올 들어 주가는 횡보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20대가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비상장 주식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만히 있다 ‘벼락거지’가 될까봐 투자에 나선다”는 말이다.

직장 3년차 B씨는 최근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2000만원을 투자했다. 투자금을 날릴 경우 6개월을 직장에서 ‘봉사’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B씨는 “근로소득이 의미 없어지고 자본소득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직장에서 성공하는 것보다 재테크 잘하는 게 목표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20대의 이런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장외주식의 고위험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장외주식은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가 고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은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할 위험이 있다.

상장에 실패하면 매도 자체가 안 될 수도 있다. 거래량이 적어 원하는 시점에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공시 의무가 없어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도 장외주식 투자의 함정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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