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업종에 장기 투자 중인 한 개인투자자의 고민이다.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파워데이’를 열고 테슬라에 이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주축 배터리인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겠다고 하면서 충격파를 키웠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긍정과 부정이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주가는 심상치 않게 흔들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18일 LG화학은 0.47% 오른 8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폭스바겐의 파워데이 이후 지난 16일부터 이틀 동안엔 11.28% 빠졌다. LG화학은 지난 1월 14일 장중 105만원을 기록한 뒤 조정을 받아 왔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2월 3일 장중 32만7500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다. 이날 0.69% 떨어진 21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폭스바겐 파워데이 이후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내려가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데드크로스는 통상 약세장 전환 신호로 해석된다.
2차전지 업종은 이미 금리 급등에 따른 성장주 약세장을 맞아 조정폭이 컸다. 증권업계에서는 “수급에 의한 조정일 뿐 2차전지 성장성은 유효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폭스바겐 파워데이 후엔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2차전지 업종의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내재화가 대세로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스볼트 자체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스볼트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늘어나겠지만 양산 능력을 확인하기 전까진 한국 업체의 경쟁 대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표준 전쟁이 향후 배터리 업체 간 주가를 차별화할 요인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삼성SDI, 중국의 CATL·BYD, 일본의 파나소닉 등은 각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이 주력이다. 배터리 형태별로 공정이 달라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원통형, 폭스바겐의 각형 등 각자의 배터리 표준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며 “배터리 기술 표준 변화를 이끄는 기업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변화에 따라 공급망도 다변화할 전망이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가 이들 업체에 장기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현지에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소재 업체나 노스볼트에 공급 중인 부품 공급 업체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가 유럽에서 부진하더라도 그만큼 다른 곳에서 생산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전지 투자자로서는 포트폴리오 조정의 시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많다. 2차전지 소재·장비주 비중을 늘리고, 해외 업체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동박을 생산하는 솔루스첨단소재는 헝가리에 공장이 있다. 유럽에 공장을 설립 중이거나 추진하기로 한 곳은 일진머티리얼즈, SKC,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솔브레인(전해액) 등이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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