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EV) 판매를 늘리기 위해 하이브리드카(HEV) 세율을 높이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하이브리드카를 친환경차 분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하이브리드카 세계 1위인 일본은 어떻게든 패권을 더 유지하고 싶어 한다. 전기차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하이브리드카로 최대한 버티다 수소차로 직행하겠다는 복안이다.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20대에 그친 반면,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1000대를 넘어섰다.
환경부는 현재 저공해차를 1~3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1종 저공해차는 전기차 수소차 태양광차다. 2종 저공해차는 하이브리드카와 PHEV, 3종 저공해차는 액화석유가스(LPG)차와 휘발유차 중 배출가스 세부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이다. 업계는 이 가운데 1종과 2종을 통상 친환경차로 부른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경쟁사는 전기차에 주력하고 있지만, 도요타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와 수소연료전지차도 대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내 EV 판매량은 전체 차량의 2%에 불과하다. 미국 에너지부는 조 바이든 정부 공약인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EV 관련 기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판매하는 곳은 현대자동차와 기아뿐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12만7996대를 팔며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했다. 전년 대비 68.5% 늘었으며 전체 친환경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7.6%로 높아졌다. 투싼, 그랜저, 쏘렌토 등 신형 하이브리드카가 인기를 끈 덕분이다.
업계는 정부가 친환경차 범위를 축소하더라도 현대차·기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미 전기차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정책 변경의 여파는 수입차업계에 크게 미칠 전망이다. 최근 수입차업체의 하이브리드카 판매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만5988대가 판매됐다. 2019년 대비 57.5% 증가했다.
수입차업체 중에선 도요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렉서스는 지난해 한국 내 판매량(8911대)의 98.3%(8758대)가 하이브리드카였다. 수입 하이브리드카 1위인 ES 300h가 절반 이상이었다. 도요타의 RAV4 HEV도 지난해 2041대나 팔렸다. 그러나 렉서스와 도요타엔 당장 이를 대체할 전기차가 없다.
전기차는 가격,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등에 대한 제약이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가 꺼려지는 소비자 상당수가 하이브리드카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의 패권 전쟁. 승자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언제' 최종 승리할 지는 두고볼 일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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