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향을 찾은 중국인 A씨는 인근 전통시장에서 한 근(400g)에 3.5위안(약 610원)하는 귤 22위안(약 3800원)어치를 샀습니다. 구입 당시 귤은 보통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는 크기보다 훨씬 더 컸으며, 신선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해서 귤을 먹기 시작한 A 씨는 곧 귤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과육이 모두 말라붙어 삼키키 어려웠던 것입니다.
A씨는 수소문 끝에 과일가게 주인이 소비자를 속이기 위해 불량 귤에 색을 칠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A씨는 냅킨 한 장을 꺼내 귤을 닦았는데 빨갛게 물든 색소가 잔뜩 묻어나왔다고 합니다. A씨는 중국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식을 우선 해본 뒤 구매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지난 1일 중국 왕이 등 현지 매체는 A씨의 사례를 보도하며 최근 일부 지역에서 '염색귤'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왕이에 따르면 기자가 직접 살펴본 귤껍질에 난 작은 구멍 하나하나에 붉은색 염료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 있었다고 합니다. 일부 귤은 아직 염료 조차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현지 시장감독관리국의 관계자는 "A씨가 구입한 귤은 보관 기간이 상당히 지난 상태"라면서 "신선도 유지를 위한 약품 처리는 가능하지만, 착색제를 이용한 염색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귤을 구입할 때 맛을 보는 것 외에 외관을 먼저 살펴보라"며 "표피 색깔이 선명하고 붉은 부자연스러운 귤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첨가제로 염색한 '염색귤'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염색된 귤을 먹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의 손이 빨갛게 염색됐으며 잘 지워지지 않은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구매자들은 "귤에서 화학성분 냄새가 난다"고 제보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염색귤 관련 영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생후 몇 개월 된 아기에게 귤을 많이 먹였다", "건강에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 "시장 상인들 못 믿겠다. 앞으로 과일 어떻게 사 먹냐" 등 분노에 휩싸인 모습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이같은 염색 과일, 염색 야채 등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식품 위생과 안전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난 1월 중국 구이저우성에는 '염색파'가 대량 발견돼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SNS에서는 누리꾼들이 "파를 씻어내니 물이 청록색이 됐다", "시장에서 휴지로 닦으니 색소가 묻어나왔다", "색소 값이 더 들텐데 대체 왜 저러냐"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논란이 된 대파를 판매한 상인은 "방부제 때문에 대파 색이 진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일부는 "대파, 양배추, 상추에서도 파란 색소를 봤다"고 증언한 누리꾼들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중국 식품 위생·안전 관련해서 '알몸 절임 배추' 영상이 국내에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습니다. 탁한 소금물에 알몸으로 들어가 배추를 절이는 영상은 본 국민들이 적잖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김치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 및 국민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식품의 소비기준과 안전·위생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2009년 식품안전법을 제정하고 2019년까지 두 차례 개정을 거쳐 전반적인 식품 안전 수준을 끌어올렸습니다.
'먹거리 안전'이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되는 만큼, 식품안전 법제도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중국 당국은 단계적으로 식품안전기준 관리시스템을 강화해 2035년까지 국제표준 수준에 맞춘다는 계획입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농수산식품 수출국이자 최대 수입국입니다. 그만큼 농산물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한국은 2019년 중국으로부터 약 70만t(약 6026억원) 규모의 농산물을 수입했습니다. 한식에 많이 쓰는 고추, 당근, 마늘, 양파, 쪽파, 대파 등이 기업, 학교, 음식점 등으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식품안전 관리가 우리 국민의 건강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중국 식품 위생 논란이 남일 같지만은 않습니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걱정은 언제쯤이면 뿌리 뽑을 수 있을까요.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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