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출금 의혹 사건 처리와 관련해 '기소권 관할' 문제를 두고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언급한 '재량 이첩'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 "다른 수사기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황당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봉숙 대전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2기)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재량 이첩? 기소권 유보부 이첩?'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공 부장검사는 "법령상 '이송', '송치', '이첩' 외에도 '~는 ~를 고려하여(~가 인정될 때) ~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는 재량 규정은 수도 없이 많을 텐데, 법률상 재량을 부여받은 주체라고 해서 그 행위의 내용을 모두 그리 요소요소 쪼개고 갈라서 마음대로 할 수 있겠냐"라며 "아마도 대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학의 사건을 검찰에 다시 보낸 것을 두고 "이 사건 이첩은 공수처법에 따라 향후 공소권 행사를 유보한 공수처장의 재량 이첩"이라고 말했다. "검찰엔 수사권만 이첩하고, 공소권 행사를 유보했다"는 주장인데, '법리적으로 수사권과 공소권을 나눠서 이첩할 수 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수처법 제24조3항은 '처장이 피의자, 피해자,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춰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김 처장은 이를 '재량 이첩'이라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김학의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첩 대상은 권한이 아닌 사건"이며 "'권한'을 이첩한다는 개념은 성정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공 부장검사는 "'이송 또는 송치는 나의 재량이다. 대는 소를 포함한다'는 논리로 '판결권은 유보하고 심리권만 이송할 테니, 그쪽에서 심리한 후 돌려주면 판결은 여기서 하겠다'라고 하면,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비웃음을 사기 십상일 것"이라고도 적었다.
또 "수사기관의 이송이나 이첩도 형사절차의 일부로서 넓게 보면 소송행위에 포함될 것"이라며 "소송행위는 절차의 안정성 때문에, 특별히 법령상 허용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건을 붙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번의 '유보부 이첩', '조건부 이첩'은 타 기관의 권한과 기능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황당한 주장"이라고 썼다.
같은 날 강백신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형사제1부 부장검사(33기)도 이프로스에 "이첩을 한다는 것은 '사건'에 해당하는 것이지, (일부) 권한만을 이첩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강 부장검사는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금 사건 관련 공수처의 유보부 이첩 주장의 위헌성 등에 대한 검토'라는 글에서 "헌법의 권력분립의 원리라는 측면에서 고민한 내용을 같이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개인적 견해를 정리한 내용을 올려 드린다"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문서 파일을 공유했다.
그는 "공수처법에 근거한 '이첩'의 대상은 사건이지 공수처의 '권한'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이상, 김학의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으면 해당 사건에 대한 기소권도 검찰이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어 "(기소는 공수처에서 할 수 있음을 전제로 이첩한 것이란 처장의 주장은) 권력분립의 원리를 침해하는 위헌적·반헌법적 주장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공수처장이 공소권을 유보부 이첩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검찰의 공소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결과며, 검찰청에 부여된 권한을 자의에 의해 침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검찰 밖에서도 김 처장의 재량 이첩 주장을 두고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사건을 이첩할 때에는 사건 자체를 이첩하는 것이지, 권한을 (나눠서) 이첩하는 것으로 볼 순 없다"며 "결국 한 사건에 복수의 수사 대상이 있을 경우 직접수사 대상에 따라 공수처(3급 이상)·검찰(4급)·국가수사본부(5급 이하) 등 수사기관별로 사건을 쪼개는 '전속적 기소권'을 인정해야 할 지, 아니면 한 수사기관에 사건을 우선 통째로 맡기는 '우선적 기소권'을 인정하는 게 맞는 지를 두고 다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