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M&A(인수합병)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한온시스템의 매각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이 예상되는 초대형 거래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임해 자동차 열관리(공조) 업체 한온시스템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2014년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한지 7년여 만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은 19일 종가 기준 9조2000억원 수준이다. M&A 업계에선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컨소시엄을 통해 보유한 지분 70% 가치가 최소 8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M&A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딜(Deal)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와 손잡고 2014년 미국 비스테온그룹으로부터 한라비스테온공조(한온시스템의 전신) 지분 69.99%를 3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한앤컴퍼니가 2조8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50.5%를 확보하고 한국타이어 측이 1조원 가량을 투입해 19.49%을 보유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87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84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A 시장에선 전기차를 포함 친환경 미래 자동차 시장이 확산되면 한온시스템이 보유한 공조(열관리)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와 전장부품들의 발열을 관리하는 역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은 공조분야 글로벌 점유율 2위 업체다. 기존 현대차그룹 물량은 물론 폭스바겐, 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보유 중이다. 특히 MEB플랫폼을 본격화한 폭스바겐 물량을 바탕으로 친환경분야 사업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인수 이후 2018년엔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의 유압제어 사업부문을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해 회사에 접목하는 등 볼트온(bolt-on) 전략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펴기도 했다. 인수 이후 6년간 1조5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등 친환경 분야 기술개발에도 속도를 냈다. 전체 매출 중 친환경분야 매출을 40%이상 확보하고, 친환경차 연구 인력도 6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코로나집단감염증 여파로 완성차 소비가 줄며 목표했던 EBITDA 1조원 달성엔 실패했지만, 증권가에선 올해 회사가 1조2000억원 이상 EBITDA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제조업 기업의 기업가치가 EBITDA의 10배 이상에서 형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기업가치로 12조원 이상도 거론된다.
이번 M&A를 두고 국내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부품사는 물론, 자동차 전장분야에 관심이 큰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선 차량 전장 분야에 속도를 내고 있는 LG그룹의 참여 가능성이 ‘관건’으로 꼽힌다. LG그룹은 LG전자와 (주)LG를 통해 2018년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기업 ZKW를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해엔 LG전자와 글로벌 전장부품업체 마그나 간 조인트벤처(JV)설립을 마치기도 했다.
이외에도 자체 배터리 생산 등 전장사업 확장 계획을 밝힌 폭스바겐과 전기차업체 테슬라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수조원 규모 미소진자금(드라이파우더)를 보유한 글로벌PEF들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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