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여론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0주 연속으로 부정평가 이유 1위에 오른 가운데 부정평가 비율마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임기 말 국정동력 상실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관련 부정적 여론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LH 사태로 인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도가 하락하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 표명에 문 대통령이 '시한부 유임' 방침을 내놓으면서 공급대책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비율은 37%…사상 최고치 경신
한국갤럽이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부정 평가는 55%로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1월 1주차와 동률을 기록했다. 긍정 평가는 37%로 사상 최저치였던 1월 3주차와 같았다.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린 가장 큰 이유는 이번에도 부동산이다. 20주 연속으로 문 대통령의 부정평가 이유 1위로 꼽히고 있다. 응답자 비율도 37%로 전주 대비 6%포인트 늘어나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치(35%)였던 지난해 7월 패닉바잉(공황 구매)와 임대차3법 논란 당시 보다도 악화된 수준이다.
최근 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에 따라 부동산 관련 여론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부정평가 2위인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8%)과는 30%포인트 가량 차이로 압도적이다. 지난주 1·2위 간 격차는 10%포인트였으나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신뢰 상실·공급 묘연에 부정 여론 불가피
지난 12일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지낼 800여평 사저 부지 취득과 관련해 야권이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자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라.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언급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는 부동산과 관련해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데 부적절한 표현 아니냐며 거세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LH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부동산 적폐를 청산한다면 우리나라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한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유체이탈 식 화법을 구사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청와대는 "적폐 청산은 잘못된 문화와 관행을 혁파하자는 것"이라며 전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2주 연속 부정평가 이유에서 부동산 문제 언급이 늘었다"며 "작년 12월부터 큰 변화 없이 대통령 직무 부정률은 5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정책 행보가 애매해지면서 시장 심리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LH 임직원 투기 의혹에 신도시 백지화를 요구하는 민심도 커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광명 시흥의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을 철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57.9%, '부적절하다'는 34%였다.
엄기홍 경북대 교수는 "그간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가 줄곧 추진해온 계획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기류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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